결국 팀 성적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SK의 투수 고과 상위 3인방이 모두 팀 성적에 발목이 잡히며 적은 인상률에 만족해야 했다. 6위까지 떨어진 SK의 연봉 협상 테이블에 적잖은 찬바람이 불었음을 상징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SK는 26일 팀 내 재계약 대상자 중 마지막까지 협상 테이블에 남아 있었던 팀 내 핵심 불펜 투수 박희수(31)와의 2014년도 연봉 재계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SK의 유일 미계약자이자 프로야구 전체의 유일 미계약자였던 박희수는 지난해 1억7000만 원에서 2000만 원(11.8%) 오른 1억9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사실 의외의 금액이었다. 박희수는 지난해 43경기에서 47⅔이닝을 던지며 1승2패24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2.27을 기록했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당시 얻은 부상으로 시즌 출발이 늦었으나 그래도 시즌 극초반을 제외하면 공익근무요원으로 입소한 마무리 정우람의 공백을 잘 메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크리스 세든(현 요미우리)을 제외한 나머지 투수 중에는 고과 2위이기도 했다. 하지만 11.8% 인상에 그쳤다.

‘2억’이라는 상징적 자존심이 걸려 있어 쉽게 도장을 내밀지 않았던 박희수지만 결국 구단 제시액에 백기를 들었다. 더 이상 연봉계약이 지체되면 전지훈련에도 악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그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인상 요인이 분명 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결국 이는 SK의 올해 연봉 협상 기조와 연관이 있었다는 평가다.
SK의 연봉 협상은 팀 전체 성적에 따라 총액을 결정하고 이를 고과에 따라 나누는 형식이다. 때문에 팀 성적이 좋으면 상대적으로 개인 성적이 처진다고 해도 연봉은 올라가거나 크게 깎이지 않는다. 6년 동안 이 시스템의 수혜를 본 선수들로서는 올해 구단 방침에 큰 불만을 드러낼 수 없었다.
대신 SK는 부진한 선수들의 연봉을 크게 깎지 않았고 FA를 앞둔 선수들의 프리미엄을 어느 정도 인정해주는 전략을 써 비교적 원만한 합의를 이뤄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인상 요인이 있는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결국 ‘팀 성적’에 따라 모든 구성원이 고통을 분담한 셈이 된 것이다.
결국 윤희상 박희수 김광현이라는 연봉 고과 상위권의 투수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투수 고과 1위였던 윤희상은 23.1%가 오른 1억6000만 원(3000만 원 인상), 3위였던 김광현은 12.5%가 인상된 2억7000만 원(3000만 원 인상)에 도장을 찍었다. 결국 박희수도 형평성의 논리를 이겨내지 못하고 11.8% 인상안(2000만 원)을 받아들였다. 박희수의 경우는 시즌 초반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것이 기본 고과에 마이너스 요소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못해도 2억은 갈 것"이라는 예상도 무너졌다.
사실 이 선수들은 팀 마운드의 중심들이다. 얼굴을 붉혀서 좋을 것이 없다. 때문에 연봉협상에서 ‘채찍’ 대신 적당한 ‘당근’을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SK는 철두철미하게 원칙을 지켰다. 결국 이번 연봉 협상에서 구단은 ‘개인 성적보다 팀 성적이 우선이다’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SK의 올해 성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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