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스포츠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치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남자와 여자 농구월드컵, 인천 아시안게임 등 큼지막한 대회가 2014년 내내 계속된다.
한국은 스포츠 강(强)국이라 불린다. 종합 대회인 아시안게임과 동계올림픽 모두 상위권을 노림은 물론 꾸준히 랭크되고 있고, 한 종목만 소화하는 축구 및 농구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는 사실 또한 한국이 스포츠 강국이 됐다는 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결과가 그럴 뿐이지 그 과정은 강(强)국이라 불리기에는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 오히려 속이 텅빈 스포츠 강(腔)국이 어울릴 지경이다.

당장 선수들이 훈련할 태릉 선수촌은 수용 인원을 넘긴지 이미 오래다. 당장 소치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은 물론 크고 작은 세계 대회,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선수들로 태릉 선수촌은 언제나 붐비고 있다.
훈련을 위한 최고의 시설이 준비돼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동계 올림픽에서 효자 종목인 빙상의 경우 태릉 선수촌의 빙상장을 사용하는 것부터가 문제다. 빙상에 소속된 피겨와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을 비롯해 아이스하키까지 모두 한 곳에서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 종목마다 빙판의 상태가 다르지만, 태릉 선수촌의 빙상장은 항상 같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 훈련에 애를 먹고 있다.
그나마 빙상처럼 훈련장이 있으면 다행이다. 스키 종목의 경우 비인기 종목 중에서도 비인기 종목인 탓에 철저히 외면을 받고 있다. 스폰서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고, 심지어 동계 올림픽에서 메달과 거리가 먼 까닭에 그들의 애로사항이 알려지지도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설상에서 스키를 기껏해야 1년에 4개월 정도를 탈 수 있다.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날 경우 훈련 기간을 늘릴 수 있지만, 금전적인 문제로 해결이 안되고 있다. 경쟁자인 외국 선수들의 경우 길면 10개월을 설상에서 훈련을 해 기량 차이를 좁히는 것이 힘들다.
1년 중 4개월 설상에서 훈련하는 시간도 그리 길지가 않다.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알파인 스키의 경우 장비를 전문적으로 수리 및 관리해주는 서비스맨이 없어 선수들이 직접 자신의 장비를 수리 및 관리한다. 최용희 알파인 스키 대표팀 감독은 "서비스맨이 있다면 선수들이 두 시간 가량의 훈련 시간을 더 벌 수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스키점프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스키점프 대표팀은 최근 국내에 들어와 1주일 가량을 체력 훈련만 소화하다 독일로 떠났다.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도 국내에서 훈련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강원도 평창에 국제 규격의 점프대가 있지만 관리하는 전문 기술자가 없어 훈련을 소화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헝그리 정신을 외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성적은 투자에 비례해 돌아온다'는 것이 이제 정설이 됐다. 한국의 축구가 그렇다. 남자 축구의 경우 이제는 월드컵 16강을 넘어 8강까지 목표로 설정하게 됐다. 정부의 지원 규모가 많은 것도 아니다. 앞서 말한 종목과 비교해 같은 수준이거나 오히려 더 적다. 하지만 지속적이면서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투자를 해 선수층을 넓혀 지금의 수준에 이르게 됐다.
팬들의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 언제나 그렇듯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은 동계 올림픽과 하계 올림픽 등 세계적인 규모의 대회가 열릴 때에만 반짝이다. 그런 관심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 지속적이고 애정있는 관심이 있어야 스포츠 강(腔)국이 아닌 스포츠 강(强)국이 될 수 있다. 60여년 전 월드컵도 꿈꾸기 힘들었던 축구의 발전을 생각하면 충분히 발전 가능성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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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