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에서 1군 경기에 뛴 적이 없다. 올해는 꼭 1군에서 던지고 싶다".
한화 우완 투수 구본범(27)은 베일에 싸여있다. 이름을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데 그의 투구를 본 팬들은 많지 않다. 상위 순번으로 입단해 기대를 모았으나 아직 1군에서 제대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뜻하지 않게 베일에 싸여있던 구본범이 올해는 그 진가를 드러낼 조짐이다.
구본범은 성남고-원광대를 졸업하고 지난 2009년 2차 1번 전체 6순위로 지명받았다. 2차 1번은 팀 내 최고 유망주의 위치. 구본범 역시 대학 시절 191cm 큰 키에서 내리꽂는 우완 정통파 투수로 큰 기대받고 입단했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기량을 꽃피우지 못했다. 1군 데뷔도 아직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경찰청에서 군복무하며 2군 퓨처스리그 경기에 꾸준히 선발등판한 그는 다시 한 번 기대를 받는 선수로 기량이 향상돼 돌아왔다. 김응룡 감독도 "새로운 투수들이 좋다"며 구본범의 이름을 직접 거명했다. 구본범은 "작년 12월부터 열심히 훈련한 것을 좋게 봐주신 듯하다"며 몹시 쑥스러워했다.
구본범은 입대 전후로 가장 달라진 점으로 "나이도 먹고, 그에 맞게 책임감이 생겼다. 이제는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의욕을 갖고 적극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청에서도 첫 해에는 안 좋았지만 그해 동계훈련을 잘 소화한 덕분에 작년에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유승안 감독님께서 '여기서처럼 하면 한화로 돌아가서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주셨다"며 감사해 했다.
구본범은 지난해 2군 퓨처스리그에서 25경기 8승5패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3.56을 기록했다. 그는 "입대 전까지는 제구력도 불안했고, 기복도 심했다. 이 부분을 보완하는데 힘 썼다"며 "볼 스피는 145km까지 나왔다.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던지고 있다"고 기술적인 변화를 설명했다. 큰 키에서 내리꽂는 묵직한 직구과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은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는 "프로 데뷔 초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다.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에 투구폼에도 변화를 줬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기대를 받고 들어온 만큼 잘 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며 "이제는 그때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정민철·신용균 투수코치님들의 지도로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구본범은 "프로에 온 뒤 아직 1군에서 뛴 적이 없다. 1군 무대에서 공을 던져보고 싶다"며 올해는 팬들에게 새로운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꼭 1군에서 팀이 이기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waw@osen.co.kr
오키나와=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