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D-10] "썰매 종목, 군 문제 해결 없이 평창 메달 무리"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1.28 07: 12

"꿈을 위해 훈련을 해야할지, 군대를 가야할지... 선수들이 고민이 많습니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불과 열흘 가량 남겨놓은 상황에서, 이용 봅슬레이 남자 대표팀 감독은 착잡한 심경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팀은 27일 강원도 평창에서 스타트 공개훈련과 미디어데이 행사를 가졌다. 이용 감독을 필두로 한 봅슬레이 남자 대표팀은 평창 알펜시아 스타트 훈련장에서 스타트 훈련을 공개한 후, 미디어데이 행사를 통해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 나서는 포부와 각오를 밝혔다.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은 오는 2월 8일(한국시간) 개막하는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동계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전 종목에 출전한다. 남자 2인승 2팀, 4인승 2팀과 여자 2인승 1팀이 소치에서 올림픽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 봅슬레이에서 세대교체를 이룬 후 3년 남짓한 시간 안에 이뤄낸 결과라 더욱 의미가 깊다.

봅슬레이 1세대로 1998 나가노동계올림픽부터 올림픽 무대를 밟았던 이 감독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과연 봅슬레이가 올림픽에 단 한 팀이라도 출전가능할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런데 이번에 2인승에서 7등으로 2팀, 4인승에서 8등으로 2팀이 출전하게 됐다"며 "나조차도 믿기 힘든 결과"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은 이 감독은 후배들의 선전을 대견스러워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전 종목 출전이 결정되면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커졌다. 늘 배웅없이, 또 환영없이 공항을 드나들던 대표팀은 지난 22일 입국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깜짝 놀랐다. 이 감독은 "공항에서 나오면서 어리둥절하더라.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셔서 기쁘고 설레이는 마음 한 편으로 이렇게 관심 가져주시는 만큼 소치에서 성적이 나와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그런 부담감도 있어 요새 잠을 못 이루고 있다"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 감독의 밤잠을 못이루게 하는 문제는 당장 앞선 소치뿐만이 아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 초점을 맞추지만 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까지 계획을 세워야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소치가 끝나면 8명의 선수 중 4명이 군대를 가야한다"며 "평창에 중점을 두고 (봅슬레이를)한다지만 답이 안나올 때가 많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2012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면서 동계올림픽 특별법을 제정해 국가적인 지원이 약속된 상황이다. 그러나 봅슬레이·스켈레톤 등 썰매 종목은 특별법에서 추진하는 상무팀 신설 대상에서 빠져있어 선수들의 군 문제 해결이 막막하다. 이 감독은 "평창에 올림픽이 생겨 특별법이 생기고 상무가 생긴다면 우리는 왜 빠져야하는가"라며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경기장이 없어서 상무팀 추진이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경기장이 없는 봅슬레이가 지금 올림픽에 한 팀도 아니고 두 팀씩 출전하지 않았나.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라고 울분을 토한 이 감독은 "2018년 평창에서 메달을 따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런 부분이 개선되어야 메달을 딸 수 있는 것 아닌가. 당장 내년에 졸업하고 군대가야하는 선수들을 어떻게 해야할지 답이 안나온다"고 한탄했다. "꿈을 위해 훈련을 해야할지, 군대를 가야할지... 선수들이 고민이 많다"는 그의 한숨에 자리에 동석한 선수들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봅슬레이만의 문제는 아니다. 스켈레톤을 시작한지 1년 6개월만에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한국에 첫 국제대회 금메달을 안겨준 윤성빈(20, 한국체대)도 군 문제에 당면했다. 조인호 스켈레톤 감독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성빈처럼 나이 어리고 장래가 밝은 친구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까지 제일 걸리는 문제가 군대다. 그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2018년, 2022년... 앞으로 계속 메달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군 문제 해결을 바라는 간곡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하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국위선양을 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고민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써내려간 극적인 드라마는 분명 가슴 뭉클한 이야기지만, 언제까지 그들에게 '기적'만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미래가 보장되기는커녕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주는 것 없이 바라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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