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람'을 본 관객들 사이에서 겨우 이름과 얼굴이 구분됐던 배우에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메가 히트로 전국민적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국민 달콤男으로 급부상한 인물. 바로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 역으로 매회 여성 시청자들에게 설렘 주의보를 내렸던 정우의 이야기다.
정우는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드라마 속 쓰레기에 대해 자신이 했던 고민과 생각들, 촬영 뒷 이야기,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자신의 실제 모습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침과 웃음, 위트있는 농담까지 답변에 적절하게 뒤섞여 인터뷰 내내 유쾌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 쓰레기와의 만남 '통(通)할 줄 알았다'

'응답하라 1994'는 유독 신원호 PD-이우정 작가의 '신의 한수'라 불렸던 캐스팅이 많았다. 칠봉이 역의 유연석, 삼천포 역 김성균, 윤진이 역 민도희 등을 비롯해 쓰레기 역할의 정우가 그러했다. 많은 여성 시청자들은 첫 회부터 쓰레기에 빠져 그의 매력 속에서 허우적댔다.
"시청자들의 기대치가 전혀 없었거든요. 이제껏 드라마 속에서 없던 외모에, 없을 법한 행동들이었어요. '쓰레기'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도 그랬고. 가끔씩 정상적인 모습으로 나오면 그게 오히려 멋진 모습으로 다가간거죠. 예를 들어 나정이에게 철없는 오빠처럼 굴다가, 갑자기 진지한 모습을 보여줄 때 처럼요."
쓰레기를 첫 대면했을 때 정우의 속마음은 어땠을까. 스스로에게 있어 첫 로맨스 연기를 안겨준 '응답하라 1994' 속 쓰레기를 본 정우의 심정말이다.
"통할 줄 알았어요. 와닿을 것 같았거든요. 얘가 약간 밉상이라는 느낌보다는, 깨알 같은 귀여움이 많았어요. 극이 흐를수록 캐릭터 자체가 깊어졌죠.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나정에 대한 속마음의 갈등도 표출했고, 후반부에선 진정성까지 느껴졌죠. 밝았던 친구가 슬퍼지고, 진지해지자 오히려 진심이 부각됐죠."
# 성동일 앞에서 오열신…필름 분실에 재촬영 '헉'
'응답하라 1994' 속 쓰레기의 명장면을 꼽을 때면 꼭 빠지지 않는 장면 중 하나가 바로 나정(고아라 분)과 이별 후 병원에서 만난 성동일(성동일 분)의 앞에서 눈물 콧물을 모두 쏟으며 오열하는 장면이다.
"너무 공감됐던 장면이에요. 아들같이 대했고, 남매처럼 여겼던 아이들의 연애를 힘들게 허락했는데, 헤어졌으니깐요. 제가 직접 겪는 일처럼 죄송스러웠고, 볼 낯이 없었죠. 촬영에 들어가 성동일 선배님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실제로 왈칵 쏟아졌어요. 쓰레기에 완전히 몰입했죠."

이 장면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촬영 뒷이야기도 있다. 풀샷과 타이트 바스트샷으로 나뉘어 찍었던 오열신 중 타이트 바스트샷 필름이 갑자기 사라진 것. 결국 클로즈업된 정우의 오열 장면은 추후 재촬영을 통해 삽입됐다. 고도의 관찰력이 있던 시청자라면 해당 장면에서 묘하게 어긋났던 화면을 알아챌 수 있을 거라는 게 정우의 설명.
"오열신은 이틀 후 신촌 하숙집에서 재촬영했어요. 감정이 다시 잡히진 않을까 염려했는데, (신원호) 감독님이 디렉션을 너무 잘해주셔서 무사히 성공시켰죠."
# 쓰레기 vs 칠봉이, 과열현상 좀 아쉬워
'응답하라 1994'의 시청자들은 너도 나도 쓰레기와 칠봉이(유연석 분)의 편으로 갈렸고, 누가 나정의 진짜 남편일까를 추측했다. 이는 때로 지나친 과열양상으로 번지기도 했다.
"과열 현상이 있었어요. 어느 선을 넘어가게 되면서부터 '좋다'라는 느낌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커졌어요. 여성 시청자 분들은 어느 한 사람을 좋아하면, 다른 사람을 안 좋아하게 되는가봐요."
결국 최종 승자는 쓰레기였다. 스스로도 21회 대본을 받고서야 자신이 나정의 남편임을 알았다는 정우는, '나정 남편찾기'에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사실에 그저 놀랍고 신기했다고.
"쓰레기는 우여곡절 끝에 사랑하는 이와 결혼했죠. 근데 결혼 했다는 그 사실 자체보다, 남편이 쓰레기라는 점에 초점이 더 맞춰졌어요. 놀라웠죠. 처음에 제작진이 '남편 찾기'라는 부제를 말했을 때, 솔직히 '이게 궁금할까?'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 실제 모습? 운동신경-주량-취미-인맥…예상과 달라
극중 쓰레기는 평소 허술한 행동만 제외해보면 과수석 의대생에 운동에는 만능, 여자에게 인기가 많고, 따르는 후배들도 많은,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다. 그렇다면 실제 정우는?
"성격만 놓고 보자면 칠봉이보다는 쓰레기에 가깝죠. 칠봉이 같은 멋있는 타입은 아니에요. 그래도 칠봉이 역을 맡아서 연기했으면, 재밌었을 것 같긴해요. 실제로 했다면 꽤 헤맸겠지만…지금은 방송을 전부 다 봤으니 잘 할 수 있을 것 같네요.(웃음) 아! 삼천포 역도 했으면 정말 재밌게 잘 했을 것 같아요."
단순히 성격을 빼고나면, 운동신경부터 인맥까지 극중 쓰레기와는 딴판인 구석이 더 많았다는 게 스스로의 설명이다.

"술을 못하고, 취미도 없어요. 만나는 사람만 보는 편이라 인맥이 많지도 않죠. 맥주는 1~2잔 하는 정도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운동신경도 좋지 않아 촬영때 고생이 많았죠. 라면 하나 끓여놓고, TV 앞에 앉아 쇼 프로를 보는 게 가장 좋아요. 꽂히는 영화는 수 없이 돌려보는 게 취미라면 취미죠. '살인의 추억', '친구', '장군의 아들'은 진짜 100번도 넘게 봤어요."
'응답하라 1994' 이후 '모든 시나리오는 정우에게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각종 작품에서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스스로도 차기작 선정을 고심 중이다.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작품 전체의 늬앙스나 완성도, 참여진 등을 모두 다 고려해요. 참 까다롭죠? 이건 지금와서 갑자기 그러는 게 아니라 예전부터 쭉 그래왔어요. 하루 빨리 좋은 분들과 좋은 작품 속에서 만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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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