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현민 김사라 기자] 평균 시청률 10%대를 훨씬 웃돌며 케이블 드라마의 역사를 새롭게 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신원호 PD-이우정 작가의 번뜩이는 캐스팅이 적극 반영된 결과물이었다. '신의 한수'로 불리며 호평이 이어졌던 배우들, 그 중에서 특히 김성균은 삼천포 역할을 맞춤옷처럼 잘 소화해 첫회부터 주목받았다. 더불어 중반 초중반엔 무려 14세 연하의 도희와 상큼발랄한 러브라인을 구축하기도 했다.
앞서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이웃사람',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등에서 건달, 살인마, 칼잡이 등을 거치며 섬뜩한 악역으로 행여 꿈(?)에 나올까 무서웠던 그는, '응답하라 1994'를 통해 남녀노소 모두가 아끼고 사랑하는 국민 순정남 '포블리'로 새로이 거듭났다.
전작 '응답하라 1997'에 이어 또 다시 드라마를 성공으로 이끈 신원호 PD, 그리고 시즌2 의외의 캐스팅 1순위로 손꼽히며 드라마에 활력을 가득 불어넣었던 배우 김성균, 두 사람을 OSEN이 최근 홍대 인근의 한 대형포차에서 함께 만나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묻고, 나눴다.


신 PD와 김성균은 인터뷰와 함께 수도 없이 제조되는 소맥잔을 쉴 틈 없이 비워내며, '응답하라 1994'의 흥행을 자축했고, 그동안 아껴뒀던 작품과 서로에 대한 뒷이야도 가감없이 풀어냈다.
흥이 잔뜩 오른 김성균은 해당 포차의 DJ 박스로 이동해 마이크를 잡고 손님들에게 직접 새해 인사를 건넸으며, 오랜 기간 드라마에 보내준 관심과 사랑에 대한 고마움을 거듭 표했다. 덕분에 이날 현장은 뜨거운 환호와 박수가 끝 없이 쏟아졌고,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궈졌다.
# 살인마에서 포블리로…신(PD)의 번뜩이는 한수
김성균이 출연했던 전작을 모두 본 사람이라도, '응답하라 1994' 속 삼천포가 해당 배우와 동일인물이라는 걸 아는데는 일정 시간이 소요됐다. 당대 최고의 홍콩배우 장국영 스타일의 가발 하나를 머리에 썼을 뿐인데, 풋풋한 스무살(정확히는 18세) 대학 신입생으로 완벽히 탈바꿈했다.
OSEN(이하 O): 끔찍한 살인마에서 사랑스러운 포블리로 변한 걸 진심으로 축하한다.(웃음)
김성균(이하 김): 지나치게 악역으로만 고정된 이미지를 어떻게 탈피할까 고민했는데, 삼천포가 이젠 내 인생에서 가장 센 캐릭터가 된 것 같아요. 여전히 '이웃사람' 속 살인마를 떠올리는 분도 있긴해요. 드라마에서 윤진(도희 분)의 입을 막는 모습을 '이웃사람'에서 살인마의 모습과 겹쳐놓은 분이 있더라고요. 사실 저도 연기할 때 그 장면이 떠오르긴 했어요.(웃음)
신원호(이하 신): 그때 배경으로 깔린 음악이 '마법의 성'이었는데, 그거 BGM만 살짝 바꿔놓은 걸 봤는데 충분히 무서운 장면으로 변했더라.(웃음)

O: 저도 봤어요. 표정까지 무서워 보였어요.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살인마와 포블리…어떤 캐릭터 연기가 더 편했어요?
김: 사람들을 웃겼을 때 오는 만족감이랑, 칼을 찌를 때 깜짝 놀라는 관객의 반응, 둘 다 모두 좋아요. 삼천포가 내게 눈물나는 캐릭터라면, 지난해 개봉했던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속 칼잡이 동범은 무척 애착이 갔던 캐릭터예요. 제겐 두 캐릭터가 종이 한 장 차이쯤으로 느껴져요. 사실 삼천포 표정에 칼만 들면…동범이죠.(웃음)
# 신원호 PD가 본 배우 김성균은? 해맑음+완벽주의
신인 혹은 중고신인의 적절한 활용법으로 배우의 재발견을 이끌어내며 '섭외의 귀재'에 등극한 신원호 PD, 그가 보는 김성균의 모습은 어땠을까. 신 PD는 인성의 해맑음과 연기에 대한 완벽주의로 이를 요약했다.
신: 지금껏 봤던 배우들 중에 (김)성균이가 가장 해맑아. 촬영하다가 '자리 옮기자'고 말하면 짐을 들고 오는 건 김성균 뿐이거든. 배우들은 원래 스태프 일을 잘 돕지 않는데, 이 친구는 그런 점에서 참 좋아. 원래 연극배우들은 그렇게 짐을 옮기곤 하는데, 방송으로 넘어오면 다들 그걸 잊는 편인데, 성균이는 그렇지 않았거든. 그 때문에 '응사가 망해도 김성균은 분명히 남을 것'이라고 항상 생각했다."
O: 일단 인성은 무조건 합격점이었네요. 그럼 연기면에선 어땠나요.

신: 촬영을 한 뒤로도 혼자 고민을 정말 많이 하는 타입이었어. '너무 오버스럽지 않았나', '너무 갔나' 하면서 말이지. 영화는 한 장면을 찍고 생각할 시간이 충분히 있는데, 드라마는 여러 신을 찍고 가니까, 그 속도감 때문에 더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아.
김: 정말 오버스럽진 않았나 고민했어요. 처음에 티켓 사는 장면을 찍고 걱정을 참 많이 했어요. 피드백이 바로 오더라고요. 표정을 많이 쓰는 편인데, 가끔 표정이 너무 과했나 싶으면 걱정되고, 안하면 또 너무 진지한 것 같아서 또 걱정됐죠. 근데 감독님이 과한건 잘 빼주고 부족한 건 더해주고… 편집을 너무 잘 해주셨어요. 감독님이 잘 편집해줘서 혼자 속으로 '아, 다행이다'고 몇변을 되뇌었죠."
# 삼천포의 엔딩 내레이션, 모두가 울었다
지방 출신 대학 새내기의 험난한 상경기를 가슴 뭉클한 내레이션으로 읊어내며 첫 회 포문을 열었던 김성균은, '나정의 남편찾기'가 모두 끝나고 신촌하숙의 하숙생들의 2013년 모습을 끝으로 마무리된 '응답하라 1994'의 최종회 내레이션까지 맡아 작품의 처음과 끝을 책임졌다. 또한 신원호 PD는 이 모든 과정이 무사히 끝날 때까지 쪽잠자기를 마다않고 모든 체력을 남김없이 쏟아부었다.

신: 대본, 촬영, 편집을 직접 다 하니깐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오죽하면 방송사고가 났을까. 농담반-진담반으로 배우나 스태프가 다쳐서 좀 쉬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야. 너무 바쁜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계속 '방송사고 임박'인 상태였던 거지. 퀵이 예상보다 훨씬 늦게 도착한 탓에 결국 방송사고로 이어졌어.
O: 그래도 결국엔 무사히 잘 마무리 하셨네요. 마지막 내레이션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내레이션 당사자는 기분이 더 특별했을 것 같아요.
김: '2002년 6월 19일 신촌하숙이 문을 닫았다'는 마지막 내레이션 첫 문장을 읽었는데, 정말 모든 배우들이 다 울었어요.
신: 마지막 장면인 월드컵 신을 먼저 찍고 내레이션을 하면 분위기가 안 좋을 것 같아서 내레이션을 먼저 찍었어. 다 끝났는데, 다시 내레이션 한다고 감정을 잡는 게 좀 그랬거든.
김: 처음 찍을 때부터 울컥, 울컥 했어요. 스태프들도 울먹울먹하고 있는데, 내가 터져서 울어버리면 추스리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사람들이 기다리니깐 꾹 참고 했죠. 근데 첫 한줄은 정말 슬펐어요. 배우, 스태프들이 모두 정말 다 친해졌는데, 막상 신촌 하숙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이 묻을 닫는다고 하니 정말 너무 슬펐어요. 아마 보는 분들도 이런 느낌이 전달됐을 거 같아요.

두 사람이 내뿜었던 독특한 오라, 가볍게 내던진 농담을 비롯해 활자로는 차마 옮길 수 없던 여러 이야기가 모두 끝이 났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관통했던 정서, 그리고 시간…. 이를 바탕으로 모두의 궁금해하는 '응답하라'의 세 번째 시즌에 대한 이야기가 신원호 PD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신: 시즌2 때는 '응답하라'를 시리즈로 해야한다는 강박이나 브랜드를 놓치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 '얘기할 게 있으면 하고, 아니면 말자'식이었지. 지금? 회사, 시청자, 제작진 역시 쿨하게 놓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야. '응답하라'를 전제로 회의 할 생각은 없어. 그중에서 찾아지는 콘셉트나 이야기를 고를 때, 잘 어울리는 게 있다면 시즌3가 나오는 거지, 그걸 억지로 하진 못할 것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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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tvN 제공(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