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좋을 때 뻗어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아직 젊은 선수다. 오히려 지금 문제를 털고 가는 것이 앞으로의 선수 경력에 긍정적인 면으로 자리한다면 잠시의 ‘멈춤 신호’는 나쁜 것이 아니다. 한동민(25, SK)의 사이판 재활캠프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전화위복을 위한 계기로 만든다는 각오다.
한동민은 SK의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큰 기대를 받고 있는 한동민이기에 의외였다. 이유는 부상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지만 한동민은 오른 어깨에 부상을 안고 있었다. 시즌 막판부터 아팠다. 참고 뛰었지만 점차 어깨의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했고 결국 재활조에 편성됐다. 어깨의 상처는 의외로 컸다. 선수 스스로도 생각하지 못했던 좌절이었다.
한동민(25, SK)은 2013년 SK가 찾았던 몇 안 되는 위안이었다. 1군 경험이 7경기에 불과했던 한동민은 지난해 99경기에서 타율 2할6푼3리, 14홈런, 52타점을 올렸다. 시즌 중반 수비 도중 무릎에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이 성적은 더 나아졌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런데 또 부상을 당해 올해 시작이 꼬인 셈이다.

한동민도 한숨을 내쉬었다. 한동민은 “시즌 막판에는 참고 뛰었다. 겉으로 보기에 큰 부상은 아닌데 세밀하게 파고들면 어깨가 손상됐더라. 마무리캠프에 갔다와서 검진을 받았는데 생각 이상으로 좋지 않아 스스로도 당황했다”라고 설명했다. 심리적인 타격도 컸다. 덜컥 겁이 났다. 부상 정도를 확인했던 한동민은 “전지훈련 떠나기 전 2주 전에 처음으로 공을 던졌는데 심리적인 문제 때문인지 공을 제대로 못 던지겠다”라고 털어놨다.
전지훈련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출발이 늦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동민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한동민은 “올해가 중요한데 이렇게 돼서…”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상승세를 이어나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씁쓸함이었다. 하지만 물은 엎질러졌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미래를 내다보고 차분하게 어깨 상태를 가다듬는다는 것이 한동민의 각오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큰 부상은 아닌 만큼 일단 어깨 상태를 호전시키는 데 총력을 다한다는 심산이다. 던지는 폼의 교정 작업도 병행한다. 김경태 SK 재활코치는 “한동민의 폼이 어설퍼서 그렇지, 어깨는 팀에서도 가장 강한 축이다. 소중하게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의 방향을 설명했다. 오래간만에 찾은 타선의 활력소인 만큼 한동민을 다루는 구단의 손길도 세밀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한동민도 다른 것은 다 잊고 재활에만 몰두하기로 했다.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져봐야 도움이 될 것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한동민은 “안 아픈 것이 최선 아니겠는가. 올해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머릿속에는 일단 재활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걸음, 한 걸음을 침착하게 내딛겠다는 한동민의 각오가 올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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