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의 전지현과 1999년의 전지현. 15년이라는 세월이 전지현을 예쁜 연예인에서 '배우'로 만들었다. 그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출연하며 로맨스를 꿈꾸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들었다놨다 하는 중이다.
최근 전지현의 연기는 '물 올랐다'는 말로 표현하기에 아쉬울 정도다. 뿜어내는 에너지 자체가 달라졌다. 걸리적 거리던 거스러미 하나가 완벽하게 제거된 인상. 그 덕에 많은 시청자들의 그에게 열광하고 있다. 전지현이 바른다는 립틴트는 예약을 해도 손에 넣기 힘들 정도가 됐고, 고가의 의상도 입었다 하면 완판이란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그가 했던 대사는 유행어처럼 오르내린다. 인기를 넘어 신드롬에 가깝다.
전지현이 선택한 '별에서 온 그대' 속 천송이는 매력적이다. '나도 한 번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후벼판다. 아름다운 미모는 15초만에 이성을 넘어오게 만드는 주효한 무기. 대쪽같은 도민준(김수현 분)도 400년을 눌러 온 욕정을 폭발시켰을 위력이다. 뿐만 아니다. 말도 잘하고 '욱'도 잘한다. 적재적소에서 뻥 터트려주는 성질은 사회인들의 워너비 아이템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센' 캐릭터도 아니다. 어린 나이에 떠나간 아버지를 원망하며, 동시에 같은 무게로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다. 밑빠진 독에 물 붓 듯 가족들 먹여살리는데 몸과 맘을 바치고 있다. 연애는 몇 번 해봤지만 사랑을 말하기에는 아쉽다고 할 만큼 추억이 적은 인생이다.
전지현은 이런 복잡한 천송이로 잘 살아가고 있다. 자다 일어나서도 흐트러짐없는 미모를 발산하며 한결 같은 판타지를 선사하고 있고, 망가지기도 주저하지 않는다. 백지영 '총 맞은 것처럼', 소찬휘 '티어스(Tears)', 형용돈죵 '해볼라고'로 코믹한 가창력을 뽐냈다. 극중 도민준에게 매몰차게 차인 후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르며 주사의 최고봉을 보여줬다. 오랜만에 '붕붕이(자기소유 자동차)'를 끌고 학교에 등교하며 '호옹호옹호옹'이라는 랩을 맛깔나게 소화하기도 했다. 이 노래들은 이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별에서 온 그대'는 전지현이 15년만에 선택한 브라운관 복귀작이다. 그렇다면 15년 전, 전지현이 출연했던 드라마는? '해피투게더'였다. 이병헌, 송승헌, 김하늘, 강성연, 차태현, 한고은, 조민수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 틈에서 전지현은 풋풋한 신예로 자리했다.
'해피투게더'는 재혼한 부모가 사고로 목숨을 잃은 뒤 뿔뿔이 흩어졌던 이복 다섯 남매(조민수, 이병헌, 송승헌, 강성연, 전지현)가 성인이 된 후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당시 그는 남매들의 구심적 역할을 하는 서윤주 역을 맡았다.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캐릭터다.
'해피투게더'에서 전지현의 청순함은 지금과 마찬가지지만, 짧은 연기 경력 때문이었는지 캐릭터 몰입도에서는 다른 배우에 밀렸던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한때 배우보다는 잘 나가는 CF스타가 그의 한계라는 우려가 일기도 했다.
전지현은 이런 편견을 보기좋게 깨뜨렸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으로 초석을 다졌고, '베를린', '도둑들'로 입지를 확고히 했다. 그리고 '별에서 온 그대'로 홈런을 날렸다. 나날이 발전해가는 연기력은 전지현이 타고난 기질이 아닌 노력을 무기로 내세운 배우라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다. 아쉬운 점은, 그가 소위 망가졌다는 역할에서만 유독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 하지만 지금의 기세라면 곧 그의 선 굵은 연기에 열광할 날도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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