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 만큼 보람 있었다. 인내의 결실이다.
한화는 어떻게 현역 메이저리거를 데려왔을까. 한화는 지난 29일 마지막 남은 외국인 투수로 좌완 앤드루 앨버스(29)를 영입했다.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70만 달러로 총액 80만 달러 투자했다. 외국인선수 연봉 상한선 30만 달러가 폐지된 가운데 앨버스는 역대 최고액을 받고 한국프로야구 무대에 진출했다.
앨버스는 바로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선발투수로 뛴 선수였다. 지난해 8월 메이저리그 승격이후 인상적인 피칭으로 가능성을 보였고, 올해도 미네소타 5선발 후보로 40인 현역 로스터에 포함된 전도유망한 선수였다. 현역 메이저리거 앨버스 영입에 많은 이들이 놀라는 이유다.

한화는 지난달 외야수 펠릭스 피에와 우완 투수 케일럽 클레이를 영입한 뒤 남은 한자리 외국인 투수 자리가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 15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후에도 신중을 기울이며 장고를 거듭했다. 그 오랜 기다림의 결실이 바로 앨버스다.
김응룡 감독은 "고르고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한화는 우선 순위로 점찍은 투수가 몇 명 있었지만, 메이저리그 도전 등을 이유로 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김응룡 감독이 외국인선수 리스트를 놓고 만족하지 못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시간이 조금 더 지체되더라도 보다 확실한 선수를 원했다.
우선 순위 선수들을 놓친 한화는 재빠르게 다음 리스트를 찾았다. 그때 레이더망에 걸려든 선수가 앨버스였다. 한화는 지난해 초부터 앨버스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었다. 직접적으로 접촉을 가지지 않았지만 스카우트를 통해 관찰을 해왔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앨버스는 미네소타 마이너에서 가능성 보여주고 있었고, 시즌 중 메이저리그에 승격돼 호투해 한국행의 가능성이 낮은 선수로 여겨졌다. 하지만 한화의 외국인선수 영입이 지연되면서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앨버스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다.
미네소타는 오프시즌 동안 FA 시장에서 선발투수 리키 놀라스코와 필 휴즈를 영입하며 전력 보강을 이뤘다. 여기에 또 다른 선발 경쟁자 사무엘 데두노, 스캇 다이아몬드, 밴스 월리는 이미 마이너 옵션 3회를 모두 소진해 미네소타 구단 입장에서는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줄수밖에 없었다. 앨버스로서는 팀을 떠나지 않는 이상 빅리그에서 선발 기회를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화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앨버스와 접촉했다. 이미 시기상으로 한화도 급박했고 빠르게 협상을 진행했다. 미네소타와 이적료 협상이 마지막 관건이었지만 원만하게 협상을 마무리하며 계약을 완료했다. 앨버스도 해외로 진출한 뒤 다시 메이저리그로 돌아가면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미네소타에 남았을 경우 2019년을 마친 뒤에야 FA가 가능하기에 그로서도 남는 장사다. 무엇보다 지난해 빅리그 승격 전까지 연봉 2만5000달러 이상 벌지 못한 앨버스에게 총액 80만 달러의 금전적인 조건은 마음을 잡기에 충분했다.
한화로서는 그야말로 전화위복. 인연이 닿으려했는지 외국인선수 계약이 지연된 게 오히려 더욱 무게감있는 선수를 데려온 계기가 됐다. 한화의 빠른 방향 전환과 일처리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한 야구 관계자는 "한화 프런트가 확실히 무서워졌다.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인다"고 평가했다. 이제 앨버스가 보답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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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사무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