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처에서 한 뼘이 모자란 모습으로 타 팀들의 승점 자판기가 됐던 한국전력이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다를 공산이 커졌다. 새 외국인 선수 레안드로 비소토(31, 212㎝) 효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까지 가세할 후반기 순위 싸움도 흥미를 더할 전망이다.
한국전력은 29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예상을 깨고 3-0 완승을 거뒀다. 경기 초반부터 선수단 전반이 활발한 몸놀림이 보여주며 이변을 예고하더니 결국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리그 2위 현대캐피탈을 원정에서 격침시켰다. 한국전력 역사상 현대캐피탈전 첫 3-0 승리였다.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귀중한 승점 3점을 따냈고 9연패의 늪에서도 벗어났다. 여기에 향후 얻을 수 있는 수확도 만만치 않았다. 외국인 선수 비소토가 서서히 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고 승부처에서 강호를 꺾음에 따라 팀 전체의 자신감도 배가될 수 있다. 무엇보다 비소토 한 명의 가세가 나머지 선수들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의미였다.

세계최강 중 하나인 브라질 대표팀의 공격수인 비소토는 명성만 놓고 보면 역대 최고를 다툰다. 한국에 건너올 때까지만 해도 국제무대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레오(삼성화재)는 물론, 세계적 명성을 지닌 공격수 아가메즈(현대캐피탈)나 마이클(대한항공)에 비해서도 한 수 위의 경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전력으로서는 비소토가 소속팀을 구하지 못하는 복잡한 사정에 처해있던 것이 득으로 작용한 셈이다.
명성대로였다. 이날 경기에서도 비소토는 다른 ‘수준’을 선보였다. 비소토는 한국전력에 합류하기 전 2~3주 정도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다. 아직 몸 상태가 100%는 아니다. 그럼에도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강타가 돋보였다. 토스가 좋지 않거나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공을 달래 때리는 기술은 단연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던 부분이다. 팀에 적응하려는 개인적 노력도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비소토의 가세는 나머지 선수들의 부담을 더는 효과로 이어진다. 전반기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던 전광인은 몸 상태 및 체력적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승부처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비소토의 가세로 전광인이 좀 더 확률 높은 공격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이는 공·수 양면에서 할 일이 많았던 서재덕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날개에 경계해야 할 선수들이 많아지만 하경민 방신봉 최석기 등 중앙 공격수들에게도 더 좋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
한국전력은 경기를 잘 하다가도 승부처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확실한 해결사가 없다는 약점이 있었는데 이를 만회할 자원을 데려왔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평가지만 시즌 후반 순위 싸움의 돌풍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보이는 이유다. 한국전력이 비소토 효과와 함께 다른 팀들을 감전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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