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OST 열풍, 한국 영화음악과 비교되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01.30 09: 11

[해리슨의 엔터~뷰 (Enter-View)]디즈니가 1월 중순 국내 극장가에 야심 차게 선보인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Frozen)”은 개봉당일부터 천만 영화 “변호인”을 제치고, 일일 및 주간 박스 오피스 1위 자리를 차지하며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재미있고 감동적인 동화를 소재로 한 “겨울왕국”은 스크린 속 아름다운 영상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고 있는 가운데, 작품 전편에 흐르는 사운드트랙 음악은 이 영화가 한국은 물론 전세계 여러 나라에서 흥행 1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겨울왕국” OST 음반은 영화 상영 이후 주요 음반 판매 사이트 차트 1,2위에 오르며 다양한 세대들이 공감하며 감상할 수 있는 앨범이란 평가를 얻고 있다. 또한, 주제가 ‘Let It Go’는 모든 음원 사이트 팝 음악 차트 1위를 석권했을 뿐만 아니라, 종합 부문에서도 대부분 10위권 내에 랭크 되어 영화와 정비례된 인기를 얻고 있다.

작년 12월 초에 개봉되어 작년 크리스마스와 연말 그리고 새해로 이어지는 기간 동안 340만 명에 육박하는 극장 관객을 모은 영국 영화 “어바웃 타임(About Time)” 역시, 영화와 사운드트랙 앨범이 모두 대박 히트를 기록한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2~40대 여성 관객들이 열광하는 장르인 로맨틱 코믹 멜로물로 작품 전반에서 들을 수 있는 다양한 팝 음악들은 영화 곳곳의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관객들의 작품 몰입 도를 더욱 배가시키는 장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여성 가수 엘리 굴딩(Ellie Goulding)의 ‘How Long Will I Love You’와 벤 폴즈(Ben Folds)의 ‘The Luckiest’가 영화 배경 음악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고, 사운드트랙은 국내 음반 시장에서 베스트 셀러로 등극했다.
“겨울왕국”과 “어바웃 타임” 두 외화 OST가 국내 음악 팬들에게 크게 어필하는 동안 동 시기에 상영된 한국 영화 음악 성적은 어떨까? 1천만 및 4백만 관객을 각각 동원한 “변호인”과 “용의자”는 장르의 특성상, 영화 음악의 인기를 기대하기란 사실상 힘들었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충무로 영화계는 작품 제작 자체에 훨씬 높은 비중을 두면서 영화 음악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또한 드라마 OST의 초 강세 현상은 반대로 영화 OST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져,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같은 극히 일부 영화 음악을 제외하고 대중이 쉽게 각인할 수 있는 히트곡이 많이 발표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설 연휴에 맞춰 개봉된 우리 영화들을 통해 ‘국내 영화 OST의 부활’을 기대할 수 있을까? 먼저 80년대 충남 홍성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코믹 영화 “피끓는 청춘”에서는 산울림의 ‘개구쟁이’,’내게 너무 사랑은 너무 써’와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등 추억의 인기 가요, 놀란스(The Nolans)의 ‘I’m In The Mood For Dancing’, 스타쉽(Starship)의 ‘Nothing’s Gonna Stop Us’등 80년대 사랑 받았던 팝송이 작품 전반에 등장하고 있는데, 멜로물의 요소가 많지 않은 가운데 음악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지 궁금한 부분이다.
역시 같은 코믹 영화인 “수상한 그녀”에서도 복고적인 색채의 음악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데, 영화 예고편을 위해 만들어진 ‘Latest Fashion’은 레트로 소울 풍의 연주 곡이고, 주인공 심은경과 인기 밴드 장미여관의 콜라보 곡 ‘나성에 가면’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스타일의 편곡으로 대중성을 지향하려는 노력은 엿보인다.
오랜만에 선보이는 국내 멜로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는 정규 사운드트랙 앨범이 발매되었을 정도로 모처럼만에 음악에도 신경을 작품이 등장한 것에는 일단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문세의 ‘기억이란 사랑보다’, 이기찬의 ‘언젠가 누군가’등 국내 대표 발라드 가수들의 노래를 영화를 보며 감상할 수 있는 가운데, 인디 남성 듀오 원펀치와 더블베이스 연주자 성민제 등의 참여도 이색적이다. 이 영화 OST의 성공 열쇠는 “겨울왕국”과 “어바웃 타임”처럼 많은 관객들이 영화와 음악에 모두 만족도를 느끼고 있는 만큼, 흥행은 물론 ‘영화와 음악’ 잘 매치되고 있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
예전에 본 영화가 전해 주었던 추억과 감동을 ‘작품 속에 흐르던 음악들’로 대부분 기억한다는 것, 우리 영화 제작자들도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란 점 다시 한 번 인지했으면 좋겠다.
[해리슨/대중음악평론가]osensr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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