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브라더!" 황정민이 설 연휴 극장가를 눈물바다로 만들고 있다. 정통 멜로 '남자가 사랑할 때'를 들고온 그는 2013년 최고의 악역 캐릭터로 손꼽히는 정청으로 멜로 버전을 선보였다. '천의 얼굴'로 불리는 황정민이기에 가능한 멜로와 액션 누아르, 코미디, 그리고 감동 드라마의 종합선물세트가 탄생한 비결이다.
멜로영화 흥행이 힘들다는 요즘 세상, 신파극 '남사'가 강력한 뒷심 발휘로 개봉 2주차에 순위 대역전극을 펼치고 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남사'는 연휴 전날인 29일 하루 동안 9만명을 동원하며 누적관객 90만 고지에 바짝 다가섰다. 박스오피스 3위를 지키며 개봉 첫 주말보다 오히려 한 계단 올라간 성적표를 자랑하는 중이다.
극장가 박스오피스는 대부분 개봉 이후부터 점차 하락하기 마련이지만 관객 입소문을 타는 극히 소수의 수작들이 2주차 부터 순위 역전을 이룬다. '남사' 뒷심의 원동력은 황정민-한혜진 주연남녀를 비롯해 곽도원 정만식 등 연기파 조연들의 맛깔진 열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남자가 사랑할 때'(이하 '남사')에서 극 중 황정민은 채권회수 때문에 만난 호정(한혜진 분)에게 첫 눈에 반해 그에게 저돌적이면서도 순수하게 구애를 펼치는 사채꾼 건달 태일을 연기했다. 밉지않은 건달로 거친 인생을 살아가던 태일은 찰라의 순간, 자신의 온 몸 속으로 파고든 호정을 통해서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다른 삶을 살고자 한다.
황정민의 태일은 건들건들 주먹을 휘두르고 휘발유를 마시는 사채 독촉 협박을 일삼건만, 정감이 가는 캐릭터다. 2013년 액션 누아르 최고의 수작으로 꼽히는 '신세계'에서 그가 연기했던 조직폭력 보스 정청의 시장판 버전이나 다름없다. 황정민이 아니면 입지못할 옷이고 캐릭터다. 태일이란 이 친구, 객석에 앉아서도 보면 볼수록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남이다. 그러니 영화 속 깔끔녀 호정이 능글맞은 건달에게 점점 빠져들 밖에. 관객이 공감하지 못하면 멜로 영화 남녀 주연의 사랑은 끝장이다.
황정민은 그동안 '달콤한 인생'의 천인공노할 악질 폭력배와 '신세계' 속 잔혹한 범죄자임에 분명하지만 인간미를 풀풀 풍기는 폭력배, '부당거래'의 선과 악 경계가 모호한 형사와 '사생결단' 속 물불 안 가리는 열혈형사 등 같은 장르, 같은 역할을 갖고서 전혀 다른 성격의 창조물을 쏟아냈다. 충무로 영화계가 황정민이라 쓰고 명품배우라 읽는 배경이다.
'남사'도 마찬가지. 그에게는 이미 정통 멜로의 고전이라고 할 '너는 내운명'이 있지만 그 당시와 180도 다른 눈물 연기를 뽑아냈다. 오로지 전도연만 바라봤던 순박한 시골 청년이 건들거리는 건달 스타일로 바뀌면서 '남사'만의 참신하고 끈적한 멜로가 탄생했다. 설 연휴 한국 멜로영화의 자존심을 '남사'가 계속 지켜갈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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