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의 철학인 '공간과 압박'이 흔들리며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재정비가 필요하게 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 위치한 알라모돔에서 벌어진 멕시코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알란 풀리도에 해트트릭을 내주며 0-4로 완패했다.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서 패한 뒤 한국은 5경기만에 멕시코에 패배를 당했다. 그리고 한국은 멕시코와 상대전적서 12전 4승 5무 6패로 뒤지게 됐다.

지난 26일 1-0으로 승리한 코스타리카전과 선발라인업에 변화가 있었다. 더 공격적인 멤버로 선수구성을 만들었지만 멕시코에 흔들리고 말았다.
경기 초반 한국은 슈팅 기회를 맞이하며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강력한 압박을 통해 기회를 노렸지만 멕시코 수비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멕시코에 완전히 공간을 내주고 말았다. 골키퍼 김승규는 가볍게 잡아낼 수 있는 공을 놓치면서 멕시코에 공간을 내줬고 무리하게 움직이면서 압박에 실패했다. 단순히 김승규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플레이가 코스타리카전과는 달랐던 것이 사실이다.
경험에서 뛰어난 멕시코는 한국의 반응을 기다렸다. 참고 기다린 멕시코는 전반 중반 이후 한국을 강력하게 압박했다. 전반 37분 멕시코가 선제골을 터트렸다. 공간을 만들면서 한국의 압박을 이겨낸 모습이었다.
멕시코는 좌측면을 뚫은 폰세가 크로스를 올렸다. 공을 잡은 페랄타는 골대를 등진 상태서 180도 터닝슛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김승규가 미처 반응할 수 없었던 동물적 감각이었다. 첫 골이 터지자 5만 여 멕시코 응원단의 함성으로 알라모돔 천장이 들썩였다.
한국은 전반 추가시간 멕시코는 문전 혼전상황에서 알란 풀리도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김승규가 문전을 비운 사이 박진포가 몸을 날려 방어를 했지만 소용없었다. 한국은 0-2로 끌려가며 전반전을 마쳤다. 그만큼 멕시코에게 공간을 내주면서 압박은 쉽지 않았다.
후반들어 한국은 선수 교체를 통해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멕시코가 안정된 경기를 펼치면서 공간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중원에서 날카로운 패스 연결을 통해 괴를 노려야 했지만 수비지향적인 선수들은 빌드업을 하지 못해 부담이 컸다. 또 측면에서 움직임도 좋지 않았다.

그러나 개인돌파로 인해 또 공간을 내줬다. 5명이 막아섰지만 압박은 실패했다. 결국 한국은 아이삭 브리수엘라에게 돌파를 허용했고 3번째 실점을 하고 말았다.
런던 올림픽서 공간과 압박을 통해 동메달을 따냈던 홍명보 감독은 국내파 실험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물론 배울 것이 많은 경기였기 때문에 향후 선수 선발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멕시코가 시즌 중이라 컨디션이 좋았다는 변명 보다는 공간과 압박이라는 전제에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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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안토니오(미국)=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