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L 마스터즈, 스포츠로서의 당위성을 말하다
지난해 한국은 그야말로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열풍이 불었다. LOL은 PC방 점유율 40%를 넘나들며 독보적인 최고 인기게임이었고, 10대 20대 남학생들은 LOL을 모르면 학교생활을 하기 쉽지 않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반향도 대단했다. 1020세대 콘텐츠로만 여겨졌던 LOL은 태생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을 넘어 '롤챔스' '롤드컵' 등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무시당하던 e스포츠리그가 연일 빈자리를 찾을 수 없는 매진사례가 기록됐고, 심지어 결승전은 전석 유료 판매가 되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았음을 인정받았다.

여기다가 한 가지 더 반가운 소식이 지난 17일 들렸다. LOL e스포츠 인기에 발맞춰 또 하나의 리그인 'LOL 마스터즈' 런칭이 발표됐다. 개인전 성향이 강한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5인 단체전인 LOL은 대다수팀들이 2개의 유닛을 운영하면서 리그를 시작한 탓에 아쉬운 순간이 많았다.
LOL 대표리그인 '롤챔스'의 경우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탓에 상위라운드 진출이 좌절되면 길게는 3개월 짧게는 1개월 가량 휴식이 불가피했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목표를 빠르게 잡지 못하면서 '대리 게임' 등 문제가 발생됐고, 팬들 입장에서도 좋아하는 팀을 리그에서 보지 못하면서 발을 동동 굴리는 처지가 됐었다.
지난 17일 한국e스포츠협회, 게임채널 온게임넷, LOL의 개발사 라이엇게임즈는 3사가 주관하고 SK텔레콤이 후원하는 'LOL 마스터즈(이하 마스터즈)'가 출범 소식을 발표했다. 최강의 클럽팀을 가린다는 컨셉으로 진행될 이번 대회는 각 게임단별 2개 팀이 출전, 승패 합산을 통해 순위를 가리게 된다. 예를 들어 CJ 프로스트와 CJ 블레이즈가 별개의 팀이 아닌 CJ 엔투스로 출전해 승패 합산을 하는 방식이다.
대회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가장 유력시되고 있는 안은 유닛별로 출전해서 2세트를 겨루고, 마지막 3세트에서는 팀이 원하는 최강의 전력으로 승패를 가린다는 안. 팬들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팀의 경기도 안정적으로 보고, '롤챔스'에서는 보지 못했던 팀 구성도 기대할 수 있어 벌써부터 기대감에 화제가 되고 있다.
LOL 마스터즈 출범이 반가운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바로 e스포츠 업계가 다시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졌다는데 큰 의의를 둘 수 있다. e스포츠는 1998년 이후 PC방 문화를 주도했던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또 다른 스포츠를 꿈꾸며 출발했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는 2008년을 기점으로 급속도로 꺾이기 시작했다. 더 이상 시장이 확대되지 못했던 답보상태에서 지재권문제와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팀들이 잇달아 해체를 결정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업계의 생각이 갈라지면서 뿌리까지 흔들리는 처지가 됐다.
이로인해 e스포츠 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스포츠로 인정받는 길도 더욱 더 어려워지게 됐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주먹구구식으로 e스포츠 대회를 지방행사에 끼워춰 놓으려고 했고, 게임방송국들도 대회의 스폰서를 잡지못하는 고난이 계속됐다.
위기의 순간, LOL의 한국 흥행은 분명 e스포츠 업계로써는 큰 희소식이었다. 라이엇게임즈에서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RTS 장르나 AOS 장르의 경우 PC방 점유율 1%를 1만명 정도로 기준하는 고려할때 업계 관계자들이 보는 LOL의 동시접속자 수는 PC방에서 하는 인원만 고려해도 최소 40만명 이상. PC방 외 하는 수를 고려하면 60만명 이상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
이로 인해 e스포츠는 다시 한 번 스포츠로서 당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LOL의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기업들은 다시 한 번 e스포츠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또 지난해 한국e스포츠협회 5기 회장으로 취임한 전병헌 의원이라는 든든한 지원군도 얻게 됐다. 전병헌 회장은 적극적으로 스포츠계와 경제계에 e스포츠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e스포츠가 스포츠로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e스포츠 대해 우려섞인 시각이 분명 존재한다. 과연 질적으로 스포츠로 인정할 수 있냐는 점이다. 일리 있는 주장이지만 이 우려를 걷게하는 것이 앞으로 e스포츠 업계가 짊어질 숙제라고 할 수 있다. 팬들을 위한 인프라시설 확대와 아마추어 저변을 더욱 더 육성해서 질적으로 스포츠로 인정받게 하는 것이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IeSF와 조직을 합쳐서 스포츠 어코드(Sport Accord) 가맹, 대한체육회 정 가맹 추진, 전국체전 진입 등 e스포츠 정식 체육 종목화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사회에 남아있는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부정적 인식 제거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LOL의 높은 인기는 분명 e스포츠에 다시 한 번 황금기를 맞게 하는 큰 원동력이 됐다. 앞서 말한거처럼 불과 몇년전 대체e스포츠 종목을 찾지 못해 e스포츠업계가 전전긍긍하던 상황과 비교하면 다시 없는 절호의 기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맞게 된 이 황금기를 잘 살린다면 e스포츠가 스포츠로서 인정받는 길은 결코 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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