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쓰리박’ SK 캠프에 벌금 폭탄 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1.31 07: 27

박진만 박정권 박재상은 SK 야수진의 핵심 선수들이다. 그라운드에서 할 일이 많다. 그런데 이들이 판사로 변신해 소속 선수들은 물론 코치들에게까지 무차별 벌금을 선고했다. 물론 공포 분위기는 아니었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어느덧 SK 전지훈련의 ‘대표 행사’로 자리한 캥거루 코트가 올해도 웃음꽃과 함께 진행됐다.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히스토릭 다저타운에서 1차 전지훈련을 갖고 있는 SK 선수단은 29일 오전(현지시간) 한 자리에 모였다. 이만수 감독 부임 이후 2011년 마무리훈련 때부터 시행하고 있는 캥거루 코트를 위해서였다. 2년 연속 법복을 입은 박정권 판사를 필두로 올해 주장으로 선임된 박진만과 외야수 박재상이 재판부를 이뤘다. 여기에 김성현이 서기를 맡아 그럴 듯한(?) 구색이 짜여졌다.
선수는 물론 코칭스태프가 무기명으로 서로의 잘못된 점이나 실수를 적어 투표함에 적어 넣으면 선수로 구성된 재판부가 잘못을 가려 벌금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만약 이의를 제기해 인정이 되면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실패하면 두 배를 내야 한다. 코믹 인민재판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고된 훈련 속에서 선수단 전체가 웃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취지로 매년 전지훈련 때마다 진행되고 있다.

올해도 수많은 사연들이 쏟아져 선수들이 배꼽을 잡게 했다. 팀 내 최고 베테랑 중 하나인 조인성부터 이 재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익명의 한 제보자는 “조인성이 평소에 커피를 마시는데 건강을 생각해 커피를 줄여야 한다”고 조인성을 재판에 회부했다. 이에 재판부는 조인성에 벌금을 선언하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특히 설탕 넷, 프림 셋은 너무하다”라는 판결문을 덧붙이며 베테랑의 건강을 챙겼다.
정상호는 평소에 후배들의 옆구리를 너무 장난으로 찌른다며 재판에 회부됐다. 정상호는 억울해했지만 역시 벌금형을 피해가지 못했다. 여건욱도 벌금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투수에게 중요한 하체운동을 그만하라는 이유였다. 여건욱은 플로리다에 오는 도중 여권을 줍다가 바지가 찢어졌는데 선수들은 “귀국 때 또 찢어진다. 하체운동을 그만해야 한다”며 입을 모았다. 운동을 열심히 한 죄였다.
포수 이윤재는 땀을 닦지 않아서 벌금을 받는 당황스러운 사태에 직면했다. 이윤재는 “땀을 흘리면 바로 닦아야 하는데 그냥 둔다. 나머지 포수들과 비교된다. 나머지 포수들은 운동을 안하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는 고소를 당했다. 역시 재판부는 벌금을 선언했다.
코치들도 벌금을 피해가지 못했다. 새롭게 팀을 합류한 조원우 코치의 죄목은 ‘사투리’였다. 주루 및 외야 수비 훈련을 할 때 부산 사투리가 너무 심해 선수들이 알아듣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조 코치는 “억울하다. 구단에서 통역을 고용해달라”라고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이 요청을 일언지하에 기각하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정경배 코치는 근육 때문에 벌금을 받았다. 선수들과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근육이 너무 우람해 선수들의 기를 죽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날 캥거루 코트에는 이만수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그리고 외국인 선수 세 명(스캇, 레이예스, 울프) 등 선수단 전원이 참가해 한바탕 웃음을 나눴다.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인 선수들도 분위기에 취해 함께 즐기고 웃었다는 후문이다. 어느덧 플로리다 캠프도 절반 이상의 일정을 소화한 가운데 SK 선수단은 오는 10일(한국시간) 귀국한다. 하루를 쉬고 12일 실전 위주의 훈련이 기다리고 있는 오키나와 캠프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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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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