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남자부 선두권 경쟁이 후반기 2경기 만에 다른 양상이 됐다. 전반기를 선두로 마친 현대캐피탈이 2연패를 당한 반면 2위 삼성화재는 연승을 달리며 선두 탈환과 동시에 격차를 벌렸다. 이대로 삼성화재의 독주가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현대캐피탈이 마지막 반격에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후반기 첫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을 꺾고 선두자리를 탈환한 삼성화재(승점 48점)는 그 후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을 모두 잡고 승점 50점 고지를 눈앞에 뒀다. 특히 30일 인천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는 역전승을 일궈내며 저력을 과시했다. 1세트를 접전 끝에 내주며 김이 빠질 법했지만 2세트를 똑같이 되갚아준 뒤 그 여세를 몰아 남은 세트도 모두 따냈다. 전날(29일) 한국전력에 패해 제자리걸음을 한 현대캐피탈(승점 40점)과의 차이도 8점으로 벌렸다.
삼성화재가 1경기를 더 하긴 했지만 의외로 격차가 커 보인다. 맞대결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 삼성화재가 자신의 페이스대로 시즌을 운영할 경우 현대캐피탈로서는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공교롭게도 상대에 대한 두 팀 수장의 발언이 현실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1위를 달리고 있을 때도 “현대캐피탈이 가장 세다. 유력한 1위 후보다. 선수단 구성이 가장 좋다”라고 했었다. 실제 현대캐피탈은 전반기 막판 삼성화재를 추월했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의 말도 현실화되고 있다. 김 감독은 후반기 시작 직전 “우리는 어느 팀에나 잡힐 수 있지만 삼성화재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구조적으로 우리카드, 러시앤캐시, 한국전력에게는 패하지 않을 것이다. 삼성화재가 1위 싸움에서 유리하지 않을까”라며 자세를 낮추는 동시에 삼성화재를 경계했는데 실제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승점차가 5~8점까지 벌어짐에 따라 이제 삼성화재도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왔다. 신 감독은 “4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고 있으면 승부를 걸어보겠다”라고 했다. 사실상 플레이오프 진출은 확정지었고 여차하면 정규시즌 우승을 향해 채찍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외국인 선수 레오의 공격 점유율이 다소 높아지더라도 플레이오프가 열릴 때 체력을 보충하면 된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삼성화재의 우승 방정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신 감독의 최근 발언이 현실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신 감독은 22일 현대캐피탈전 승리 이후 “현대캐피탈은 리베로가 탄탄하고 센터들이 좋다. 양 날개 공격도 아가메즈, 문성민이면 국내에서는 젤 좋은 것 아닌가”라면서 “현대캐피탈은 그런 힘이 있다. 구성원이 가지고 있는 경기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언젠가는 나오게 되어 있다”라고 강조했다.
신 감독은 “진짜 위기다 싶을 때 나올 것”이라고 했는데 현대캐피탈은 지금이 진짜 위기에 근접해있다. 더 이상 뒤처지면 1위는 일찌감치 포기해야 한다. 현대캐피탈의 반격이 가능할지 지켜볼 일이다. 그 반격의 시기가 늦어진다면 올해 남자부 정규리그 1위 자리는 생각보다 빨리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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