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 딜레마' 롱볼 버려야 김신욱도 살고 홍명보호도 산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1.31 08: 27

'김신욱 딜레마'가 또 한 번 홍명보호의 발목을 잡았다. 이름은 '김신욱 딜레마'지만 이 딜레마의 희생양은 결국 김신욱(26, 울산)이라는 점이 아이러니컬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 위치한 알라모돔에서 벌어진 멕시코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알란 풀리도에 해트트릭을 내주며 0-4로 완패했다.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서 패한 뒤 한국은 5경기만에 멕시코에 패배를 당했다. 그리고  한국은 멕시코와 상대전적서 12전 4승 5무 6패로 뒤지게 됐다. 
4실점의 충격 뒤에는 0골의 아픔이 함께 했다. 총체적 문제를 보여준 수비진에 가렸지만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무득점에 그친 공격도 걱정거리가 될 수 밖에 없다. 김신욱 원톱카드를 고수한 홍명보 감독은 좌우 날개에 김민우와 고요한 대신 염기훈, 김태환을 출격시켰다. 김신욱의 뒤에는 울산에서 '빅 앤 스몰'로 합을 맞춰본 이근호가 섰고 박종우와 이명주가 중원을, 박진포, 강민수, 김기희, 김진수가 포백을 구성했다.

문제는 멕시코의 기세에 완전히 압도되면서 이들이 최전방의 원톱 김신욱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날 대표팀은 예전 동아시안컵 당시 김신욱이 교체투입되면 롱볼을 올려주던 모습을 그대로 재연했다. 후방은 멕시코의 파상공세 속 공을 걷어내기 급급했고, 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패스 갯수는 물론 성공률도 크게 떨어졌다.
때문에 최전방의 김신욱은 양질의 패스 대신 롱볼을 계속 받아야했다. 큰 키(196cm)에 가려져 간과되는 그의 장점 중 하나인 발재간을 충분히 살릴 기회가 없었다. 골을 넣었던 러시아전이나 코스타리카전과 분명히 다른 모습이었다. 결국 김신욱은 슈팅조차 기록하지 못하고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홍 감독이 K리그 클래식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김신욱을 뽑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롱볼 축구 때문이었다. 홍 감독은 "김신욱이 들어가면 다른 선수들이 불필요한 롱패스를 많이 하게 된다. 그의 존재감 때문에 불필요한 킥이 남발된다"며 난색을 표한 바 있다.
물론 김신욱 딜레마 때문에 김신욱을 제외하기란 이미 어려워진 상황이다. 김신욱의 스승인 김호곤 전 울산 감독의 말처럼 김신욱은 매력적인 선수이고 23명의 엔트리에 하나쯤은 있어야하는 공격 카드이기 때문이다. 또한 체격조건이 좋은 외국 선수들이 상대인 월드컵에서, 김신욱과 같은 선수의 장점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김신욱 본인은 이러한 편견을 깨고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멕시코라는 강팀에 몰려 우왕좌왕하는 팀은 다시 김신욱 딜레마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러나 이 딜레마를 풀어야 원톱 김신욱이 빛을 발할 수 있고, 그래야 홍명보호의 공격이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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