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또 넘어갔네".
31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 한화 타자들의 타격훈련이 시작되자 김성한 수석코치가 바빠졌다. 김성한 수석은 뜨거운 햇볕아래 타자들이 연신 날리는 홈런 공을 줍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며 땀을 뻘뻘 흘렸다. 김 수석은 "또 넘어갔다. 경기장이 우리 선수들한테 너무 좁은 것 아닌가"라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오후부터 시작된 타격 훈련에서 한화 중심타자들의 파워기 빛을 발했다. 스타트는 김태완이 끊었다. 투수들이 직접 실전처럼 공을 던져주는 가운데 김태완은 고친다구장 중앙 펜스를 넘어 백스크린 뒤로 훌쩍 넘어가는 초대형 홈런 타구를 터뜨렸다. 순간 경기장 내 모든 이들의 입이 쩍 벌어진 파워였다.

간판타자 김태균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한화 타자 중 거의 유일하게 홈런 타구를 날렸던 김태균은 타격감이 가장 좋을 때 나오는 우중간 방향으로 홈런을 때렸다. 김태균의 배트끝에 걸린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어 김응룡 감독이 지켜보고 있던 불펜피칭장에 뚝 떨어졌다. 투수들의 투구를 지켜보던 김 감독도 타구를 확인하고는 짐짓 놀란 눈치.
김태완과 김태균의 대포쇼에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도 자극을 받은 듯했다. 좌타석에 등장한 피에는 작심한듯 우측으로 2개의 홈런 타구를 만들어내며 무력시위를 했다. "난 홈런 타자가 아니라 2루타, 3루타 등 안타를 많이 치는 타자"라고 말하는 피에였지만 마음만 먹으면 장타를 칠 수 있는 파워를 증명했다.
엑스트라 타격 훈련에서도 홈런이 끊이지 않았다. 김태완은 이종범 주루코치가 직접 던져주는 배팅볼을 받아쳐 좌중간으로 2개의 홈런을 터뜨리더니 마지막으로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초대형 홈런으로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지난해 군제대 첫 시즌에 부진을 면치 못한 김태완이지만 이날 만큼은 과거의 파워를 마음껏 과시했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올해 김태완에게 주문한 것은 '네 스타일대로 하라'는 것이다. 작년에는 타격 폼으로 인해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자신만의 것이 확고한 선수이기 때문에 뭔가를 주입시키기보다 본인에게 맡겨놓고 있다"며 "스스로 자신만의 것으로 하니까 타격이 많이 좋아졌다. 본인도 믿음 보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에·김태균·김태완 뿐만 아니라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 김경언도 날카로운 타구를 뿜어내더니 기어이 우월 홈런을 터뜨리며 홈런 퍼레이드 마침표를 찍었다. 설을 맞아서도 특별한 행사없이 평소처럼 훈련을 진행한 한화였지만 중심타자들의 화끈한 무력시위가 하나의 행사처럼 오키나와를 뜨겁게 달군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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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