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한화 김응룡(73) 감독이 새로운 외국인 외야수 펠릭스 피에(29)에게 호감을 드러냈다. 아직 그의 실력에 대해서는 어떠한 평가도 내릴 수 없지만 성격과 관련된 일화를 듣고선 반색했다. 피에의 불 같은 성격이 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였다.
피에는 지난 2010년말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심판을 폭행할 뻔한 돌발 행동으로 화제에 올랐다. 판정에 격분한 나머지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종종 상대 선수들과 시비가 붙을 때 물러서지 않고 먼저 달려드는 '돌격대' 스타일이었다.

피에의 이야기를 전해듣자 김응룡 감독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김 감독은 "그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인데"라며 허허 웃은 뒤 "그런 성격있는 선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한화 덕아웃에는 '한 성격' 하는 선수가 드물고,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한 요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정근우와 이용규의 합류로 그라운드의 활기를 더한 가운데 피에가 상황에 따라 분위기를 끌어올린다면 새로운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피에가 스스로 감정 조절을 못 하는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상황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이용해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전략성 액션도 다분히 포함돼 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도미니카 윈터리그는 심판 판정에 문제가 많다. 피에는 당시 팀의 리더였고, 중요한 상황에서의 오심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선수들을 위해 일부러 그런 액션을 취한 것도 있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변수가 많은 야구에서 때로는 액션도 필요하다.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김응룡 감독이 피에의 일화에 반색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로 한화가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때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 1999년 5월21일 대전 삼성전에서 한화는 마무리 구대성이 심판의 판정에 격분해 글러브를 내팽겨치며 강력하게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경기에 역전패하자 덩달아 흥분한 이희수 감독도 심판과 몸싸움까지 벌인 끝에 12경기 출장정지까지 받았다.
당시 패배로 한화는 대전구장 9연패 수렁에 빠지며 순위 싸움에서 밀려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선수들이 하나로 단합해 거짓말처럼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뤄냈다. 때로는 예기치 못한 사건이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게 한다.
한편 피에는 한화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선수들 앞에서 도미니카표 살사와 탱고춤을 추기도 하고, 설에는 떡국도 맛있게 먹어치울 정도. 피에와 절친한 팀 동료 이양기는 "정말 재미있는 친구다. 이미 적응을 다 끝냈다"고 했다. 피에는 "매경기 내 열정이 팀 승리에 도움되길 바란다. 내게는 오로지 팀, 팀, 팀밖에 없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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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