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그토록 아이패드에 열광했는가? 그러면서도 왜 정작 노트북 컴퓨터는 버리지 못하고 있는가? 이 두 가지 질문은 태블릿 PC 이용자들과 제조사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이다.
아이패드를 필두로 한 태블릿 기기에 소비자들이 열광한 이유는 그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편의성 때문이다. 버튼만 누르면 부팅 시간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디바이스가 실행 되고 간단한 터치만으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혁명’이나 다름없었다.
인터넷으로 각종 정보를 검색하고 뉴스를 보며,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어서 교환하고, 인기 드라마나 영화를 시공간의 제한 없이 손바닥 만한 기기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세상은 아이패드 이전에는 공상 과학영화에서나 가능했다.

그러나 아이패드가 가져다 준 세상은 또 하나의 숙제를 남겼다. 기사를 작성하고, 음악을 만들어 내며, 영화와 드라마를 찍어내는 이들은 여전히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다녀야 한다. 기업에서 업무를 볼 때도 종전과 마찬가지로 데스크탑을 이용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한다. 그렇다보니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는 노트북 PC에 태블릿까지 챙기고 다녀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태블릿 PC 제조사들 사이에서는 일상용과 업무용, 이중 구조로 나뉘어 있는 시장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노력이 활발해졌다. 다만 그 방향성은 제조사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르게 형성 되고 있다. 사용자 편의성에서 ‘혁신’을 검증 받은 iOS와 안드로이드 군에서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시장의 통합을 이루려 하고 있다. 실제 간단한 문서 작성 같은 업무는 대체 어플리케이션이 속속 개발 돼 크게 불편함이 없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반면, 업무용 PC 시장에서 철옹성을 구축해 온 마이크로소프트는 OS의 연계성을 통한 시장의 통합을 꿈꾸고 있다. 업무용 노트북 PC에서 쓰던 프로그램을 태블릿 PC에서 그대로 쓸 수 있다면 업무용과 일상용의 단절은 없을 것 아니냐는 논리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탄생한 디바이스가 바로 8인치 윈도우 태블릿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8인치 윈도우 태블릿을 레노버, 에이서 같은 제조사들에게 OEM으로 제조하게 하면서 문서 작성 프로그램의 대표격인 오피스(MS Office 2013 Home&Student)를 무료로 제공했다. 프로세서는 인텔의 최신 쿼드코어 CPU인 ‘베이트레일’을 탑재했고 운영체제로는 윈도우 8.1을 얹었다.
에이서는 ‘아이코니아 W4’라는 이름으로, 레노버는 ‘Miix2’라는 이름으로 지난 연말 제품을 출시했는데 기본적인 사양은 동일하다. IPS 기술이 탑재 된 20.3cm(8형) HD(1280x800) WXGA 디스플레이를 장착했고 최대 2GB LPDDR3 메모리 성능을 갖추고 있다. 카메라는 후면이 5메가픽셀, 전면이 2메가픽셀이고 마이크로 USB, 마이크로 SD 커넥터를 달았다.
하드 디스크 용량은 차이를 뒀다. Miix2가 128기가바이트 eMMC 저장장치를 달았는데 W4는 64기가바이트 eMMC 저장장치를 달았다. 배터리 지속시간은 W4가 8~10시간으로 7시간인 Miix2보다 약간 길다. 대신 무게는 W4가 415g으로 350g인 Miix2보다 다소 무겁다. 아이코니아 W4는 49만 9000원에, 믹스2는 45만 9000원에 판매 됐다.
한국 마이크로소프트는 국내에 출시 돼 40만 원 대에 판매 된 8인치 태블릿 PC 2기종에서 전에 없던 희망을 봤다. 물량 자체가 많지는 않았지만 레노버 Miix2는 국내에서 3차까지 완판을 기록했다. 작년 12월 초 출시 된 에이서 ‘아이코니아 W4’도 초판 물량 500대가 순식간에 매진 됐다. W4는 마이크로 HDMI 포트를 갖춰 모니터나 대형 TV와 연결해 듀얼 모니터로 활용도 가능하다.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은 이 같은 소비자들의 반응에 매우 고무 돼 있다. 윈도우 태블릿에 대한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믿고 싶어 한다. 8인치 태블릿이 갖춘 이동성과 업무용 PC와 그대로 호환되는 실용성이 주효한 결과라고 조심스럽게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8인치 윈도우 태블릿은 실제로 쓸만한 것일까? 기자는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도움을 얻어 에이서 아이코니아 W4 기종을 1주일 동안 써봤다.
분명 한국 MS가 강조한 ‘업무용 PC와의 호환성’은 매력적이었다. 오피스로 문서를 작성해 e메일로 첨부해서 보내는데 망설임이 없었고 CF 카드에 찍힌 사진을 마이크로 USB 포트로 읽어 들여 사진을 편집하고 인터넷 기사에 첨부-전송하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 됐다. TV 뉴스 동영상도 간단히 플레이어만 설치하면 PC에서처럼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답답함은 오히려 ‘포터블’을 강조한 화면크기에 있었다. 한국 MS는 8인치 윈도우 태블릿이 업무용 PC와 태블릿을 따로 갖추고 있는 이들에게 ‘완벽한 대체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무용 PC를 대체하기에는 화면이 너무 작고 마우스나 키보드를 연결하기가 수월하지가 않았다. USB 포트가 1개밖에 없어 블루투스가 지원 되는 주변기기를 찾아야 한다.
주변기기의 도움 없이 ‘데스크톱 모드’에서 작업을 하기에는 사용자의 손가락이 너무 투박했다. 터치 스크린의 인식률은 나쁘지 않았지만 투박한 손가락으로는 마우스의 포인트를 대체하기가 쉽지 않았다. 감도 좋은 스타일러스 펜이 절실했다. 결국 업무용 PC의 ‘완벽한 대체품’이라기 보다는 업무용 PC의 ‘완벽한 보완제’에 더 가까웠다.
그 동안 경험하지 않아 몰랐던 효용은 ‘태블릿 모드’에서 느껴졌다. 터치 스크린에 최적화 된 윈도우 8.1이 iOS나 안드로이드의 사용자 편의성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앱 구매 방식이나 앱 전환, 배열 등이 자연스럽고 구동에도 막힘이 없었다.
앱스토어에는 무료 전화를 할 수 있는 ‘바이버’, 인기 스피드 게임 ‘아스팔트8’,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인 ‘드롭박스’, 음악 서비스 ‘멜론’, 글로벌 SNS ‘페이스북’, 드라마 다시보기 ‘POOQ’, 모바일 메신저 ‘LINE’ 등이 인기 앱으로 앱스토어 상위에 노출 돼 있었다. 우리나라 모바일 사용자들의 필수 앱인 카카오톡은 데스크톱 모드에서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해 사용할 수 있고, 이메일, 전자결재, 근태관리 등을 주요 기능으로 하는 기업용 그룹웨어의 메신저도 문제 없이 돌아갔다.

윈도우 태블릿을 ‘태블릿 답게’ 해주는 기능들은 디바이스에 내장 된 각종 센서들이 수행하고 있었다. 지도 서비스에 필수적인 GPS, 이동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가속도계 센서(Accelerometer Sensor), 방위를 파악할 수 있는 나침반 센서(Compass Sensor), 회전각도를 파악하는 자이로미터 센서(Gyrometer Sensor), 경사도를 측정하는 경사계 센서(Inclinometer Sensor), 빛을 감지하는 조도센서(Light Sensor) 등이 스마트한 기능을 지원해 주고 있었다.
물론 윈도우 앱스토어에서 판매되고 있는 어플리케이션의 종류와 다양성에서는 한계가 뚜렷했다. 늦게 생긴 장터인 만큼 활성화 단계에 이르기까지에는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장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에이서 아이코니아 W4는 업무용 데스크탑을 충실하게 보완하는 보급형 태블릿 PC로서의 가능성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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