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우정과 냉혹한 승부는 별개다. 평가전 상대로 만난 홍명보(45) 감독과 위르겐 클린스만(50) 미국대표팀 감독의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에 위치한 스텁허브센터에서 치러진 미국대표팀과 평가전에서 전반 4분 만에 크리스 원더롭스키에게 두 골을 허용하며 0-2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과의 역대 A매치에서 2승 3무 2패를 기록하게 됐다.
미국대표팀을 이끄는 이가 홍 감독과 인연이 남다른 클린스만 감독이기에 더욱 관심을 모았던 대결이다. 선수 시절 두 감독은 20년 전 1994년 미국월드컵 독일전에서 공격수와 수비수로 만난 적이 있다.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절묘한 터닝슛을 터트리는 등 두 골을 폭발시켜 한국을 무너뜨렸고, 홍 감독도 만회골을 터뜨리며 서로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바 있다.

당시 이 경기서 2-3으로 패한 한국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패배로 2무 1패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이 좌절된 바 있다. 그랬던 두 선수가 이제는 감독으로서, 20년 뒤 각각 한국대표팀과 미국대표팀을 이끌며 평가전에서 다시 만나게 된 셈. 타이밍도 절묘하게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둔 시점이다.
결과는 클린스만 감독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미국은 전반 4분 만에 터진 원더롭스키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빠른 역습과 날카로운 침투로 한국을 위협했다. 한국은 수비 집중력과 중원의 짜임새에서 미국에 뒤지며 우왕좌왕하다 한 골도 넣지 못하고 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20년 만의 맞대결서 설욕을 꿈꿨던 홍 감독은 쓴웃음과 함께 승리를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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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슨(미국)=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