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유지가 힘들어진 세상이 됐습니다. 다양한 언론은 물론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세상이 하나로 연결되고 좁아지면서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제도도 그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 달 30일 외국인 좌완 투수 앨버스와 연봉 80만 달러(한화 약 8억8000만원)에 입단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달 14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서 결정한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30만 달러) 폐지 이후 처음으로 상한선을 넘긴 첫 계약이었습니다. 한화는 이전 다른 구단들이 사실상 상한선을 넘긴 계약을 맺고도 발표액은 30만 달러에 맞췄던 것과는 달리 당당하게 계약액대로 발표한 것입니다.
이처럼 앞으로는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와 얼마나 많은 액수에 계약을 체결했던간에 상관없이 눈치 볼 것 없이 발표하는 시대가 된 것이죠. 앨버스의 경우 공개하지 않은 이적료도 포함돼 있어 몸값은 상당합니다.

앨버스가 한화 이글스와 연봉 8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은 미국 스포츠 전문 사이트 ESPN.com에 곧바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이 매체는 미네소타에서 현역 빅리거로 활동중이던 앨버스가 한국무대로 옮긴 것에 비중 있게 다룬 것입니다.
비단 앨버스 뿐만아니라 2014시즌 한국무대에서 뛰게 될 외국인 선수들 대다수가 미국내에서도 거취에 관심이 높은 선수들이었습니다. 앨버스처럼 현역 빅리거였던 루크 스캇(SK)을 비롯해 호르헤 칸투(두산), 테드 웨버(NC), 루이스 히메네스(롯데) 등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트에 포함돼 이적표 등이 발생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가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나면서 명성이 높은 선수들이 대거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이들의 한국행은 현지 언론에서 공식발표전에 보도될 정도였습니다.
미국 언론의 높은 관심에 더하여 외국인 선수 주변인사들이나 기자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한국행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한화의 새로운 외국인 타자로 온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외야수 출신의 펠릭스 피에는 미국 '폭스스포츠' 존 모로시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피에의 한화행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렸습니다.
미국 언론의 높은 관심과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서 한국 프로야구단의 발표 이전에 어떤 선수가 한국행에 오르는지를 알 수 있게 됐습니다. 그만큼 세상이 좁아진 것이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단들이 예전처럼 외국인 선수 몸값을 공개하지 않고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의 발표를 하기가 힘들게 됐습니다. 그럴바에야 차라리 떳떳하게 공개를 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난 거죠. 누가 봐도 1, 2백만 달러의 몸값을 받을 것이 뻔한 현역 빅리거를 30만 달러로 데려왔다고 하면 믿을 수가 있겠습니까.

몸값이 높은 선수가 한국무대를 찾게 된 것도 이전과는 확 달라진 상황입니다. SK 루크 스캇은 OSEN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야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특히 2009년 열렸던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국내서 뛰었던 선수들의 높은 만족도도 이들이 한국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스캇은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동료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모두 한국에서의 선수 생활에 대해 만족스러워했다”고 밝혔습니다. 앤디 밴헤켄(넥센), 레다메스 리즈(LG), 릭 밴덴헐크(삼성) 등과 친분이 있다는 SK 울프 역시 “많은 선수들로부터 한국 야구의 높은 수준과 열광적인 팬들에 대해 들어봤다”고 증언하고 있죠.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프로야구는 미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변방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한 구단 관계자는 “계약을 하려고 접촉해도 선수들이 꺼려하는 경우도 있었다. 야구의 수준은 고사하고 ‘북한’으로 더 잘 알려진 나라였다”고 씁쓸한 기억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한국야구의 높아진 위상, 그리고 좁아진 세상이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 폐지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임을 새삼 확인케 하는 프로야구계입니다.
OSEN 스포츠국장 sun@osen.co.kr
칸투(위)와 스캇(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