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은 K리그와 J리그 등 국내파 위주로 이번 전지훈련을 펼친 뒤 "모든 비난은 내가 받아야 한다. 내가 책임지겠다"는 의미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결정과 훈련을 계획하고 결정하는 것은 A 대표팀 감독이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브라질 이과수와 미국 서부지역을 이르는 2주간의 전지훈련을 통해 한국은 3차례의 평가전서 1승 2패 1득점 6실점으로 마무리 했다. 브라질서는 현지 적응을 위한 훈련을 펼쳤고 미국에서는 실전위주의 훈련이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분명 전지훈련은 마무리 됐다.
코스타리카전서 1-0의 승리를 거뒀을 때만 하더라도 분명 분위기는 좋았다. 비록 코스타리카가 정상적인 전력이 아니었지만 분명 대표팀은 승리를 챙겼다. 한국과 코스타리카의 상황은 분명 비슷했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가 없었고 국내 선수들을 점검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브라질 전지훈련을 마친 뒤 바로 평가전을 치른 것이 가장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봐야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2위인 코스타리카와 53위의 한국은 수준 차가 없었다. 그래서 선수들은 더욱 열심히 뛰었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2연패를 당하면서 코스타리카전서 얻은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홍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봤을 상황인데도 말이다.
코스타리카전 이후 한국은 멕시코(21위)-미국(14위)로 이어지는 강팀들과 대결을 펼쳤다. 이들은 2014 브라질 월드컵 북중미 예선서도 분명 치열한 경기를 펼쳤을 만큼 뛰어난 전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멕시코는 2012 런던 올림픽서 금메달을 따냈다. 우리가 조별리그서 무승부를 기록했다고 하지만 멕시코의 전력은 우리에 비해 훨씬 위다.
시즌을 마치고 길게 이어진 대표팀이 멕시코와 경기서 완패했고 미국전서도 부진한 경기력이 이어진 것은 홍명보 감독의 머리속에 그려져 있을 것이다. 4골과 2골을 내준 수비진을 시작으로 제대로 골을 뽑아내지 못한 공격진 그리고 중원 허리도 분명 홍명보 감독의 평가는 내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서 한국 축구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일궈낸 허정무 감독도 남아공-스페인으로 이어지는 전지훈련을 하며 많은 준비를 했다. 현지 적응에 대한 준비 뿐만 아니라 흙속의 진주를 찾아내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그 결과 원정 16강을 일궈냈다. 박지성(아인트호벤), 이영표(은퇴) 등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다고 하더라도 전지훈련에는 그 선수들은 함께 하지 못했다. 젊은 선수들을 많이 차출하면서 동기부여를 했고 좀 더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홍명보 감독도 분명 이번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을 위해 얻으려고 했던 부분들이 많았을 것이다.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지겠다는 말처럼 지금은 당장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필요성이 부족하다. 또 전지훈련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는 국내 선수들이 월드컵 본선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가 크다는 것이 많기 때문에 나오고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무용론에 대해서 쉽게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축구가 단순히 월드컵만을 보고 모든 것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면 모를까, 6개월 정도 남은 상황에서 해외파를 차출하기 어려웠다면 홍명보 감독과 코칭 스태프는 얻어내기 위한 노력을 했을 것이고 본선을 위한 준비를 했을 것이다.
1월 전지훈련이 필요한지 혹은 필요하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감독이 판단할 문제다. 물론 열심히 한 선수들을 뒤로 하고 "한국 국적을 가진 선수 중 가장 뛰어난 선수를 3월 그리스전에 차출할 것"이라는 말로 무용론이 떠오르게 만들었지만 홍 감독의 고민도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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