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우완 투수 김무영(29)은 요즘 야구장에 출근하는 게 즐겁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1일부터 미야자키현 이키메노모리 운동공원에서 스프링캠프 훈련을 시작했다. 이 캠프에는 지난해 말 소프트뱅크와 입단 계약을 맺은 이대호(32)가 처음으로 팀 훈련에 공식 합류했다. 김무영과 이대호는 아침과 오후 스트레칭을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무영에게는 한국말이 오랜만이다. 2000년 고등학교 때 야구 유학을 위해 일본 땅을 밟은 뒤로 야구장에서는 한국말을 할 일이 없었다. 최근 팀에 입단한 한국인 선수가 없었으니 지금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했다. 그런 그에게 한국말을 할 수 있는, 그것도 좋은 형이 들어왔다.

2일 스프링캠프지에서 만난 김무영은 "아침에 야구장에 와서 한국말을 같이 할 사람이 생겨서 좋다. 고향 선배인 대호 형이 와서 잘 챙겨줘서 고맙다"며 이대호의 팀 합류에 대한 반가움을 드러냈다. 김무열은 "대호 형은 팀에서 무조건 잘 할 것이다. 나만 잘하면 된다"며 웃기도 했다.
김무영은 입단 5년차인 지난해 추격조로 23경기에 등판해 31이닝 28피안타 27탈삼진 16볼넷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했다. 김무영은 "지난해 공은 나쁘지 않았는데 한 경기에 크게 무너져서 아쉬웠다. 지금까지 한 번 안좋으면 계속 안좋아지는 모습이 있었는데 그 벽만 넘으면 좋을 것 같다. 올해 컨디션도 좋고 아픈 곳 없이 몸도 잘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시즌 마운드가 약했다는 판단 아래 겨울 동안 제이슨 스탠리지를 영입하는 등 투수진 보강에 힘썼다. 그러나 새 전력의 대부분이 선발들이다. 김무영은 "올해 팀 전력이 굉장히 강해졌다. 보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불펜들은 상황이 다 비슷하다. 나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무영의 올해 목표는 1년 내내 1군에 머무르는 것이다. 목표를 이루게 되면 1년 내내 이대호와 함께 시즌을 치르게 된다. 김무영은 "대호 형이 얼마 전 내가 마운드에 있을 때 자신이 결승타를 쳐서 승리투수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한 기사를 봤다. 그런 말을 듣기만 해도 정말 고맙다. 그런 순간이 꼭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교 생활과 대학 생활을 거쳐 거친 사회 생활 속 고생도 많았지만 천천히 자신의 꿈을 이뤄가고 있는 김무영은 "언젠가 팀에서 내가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받고 싶다. 그렇게 되기까지 일본에서 계속 야구를 하는 것이 꿈이다. 가깝게는 국가대표에 뽑혀보고 싶다. 나라에서 꼭 불러주시면 좋겠다"며 수줍게 가슴 속에 담아뒀던 또 하나의 꿈을 밝혔다.
김무영은 인터뷰 내내 소프트뱅크 선수들과 코치, 트레이너들과 격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친한 모습을 보였다. 오랜 일본 생활로 일본어가 거의 현지인 만큼이나 늘었다. 하지만 김무영은 "아무리 잘해도 한국말만큼 편한 게 없더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마음 편한 형이 생긴 김무영이 올 시즌 이대호와 함께 최고의 시즌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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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