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은 먼데 시간은 없다. 홍명보호의 미국 전지훈련 결과가 못내 아쉽기만 한 이유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에 위치한 스텁허브센터에서 치러진 미국대표팀과 평가전에서 전반 4분 만에 크리스 원더롭스키에게 두 골을 허용하며 0-2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과의 역대 A매치에서 2승 3무 2패를 기록하게 됐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이번 브라질-미국 전지훈련 평가전 3연전을 1승 2패로 마감하게 됐다. 코스타리카전서 기분 좋은 1승을 거두며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에 0-4 완패를 당하더니 미국전에서도 한 골도 넣지 못하고 패하고 말았다.

유럽파를 제외한 사실상의 '플랜B' 멤버로 꾸려진 전지훈련 명단이었기에 평가전에 대한 기대감은 그렇게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파와 J리거 위주의 대표팀이라고는 해도 멕시코와 미국에 이렇게까지 무너질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은 결과보다도 내용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많았다는 점이다.
김신욱(울산)과 이근호(상주)를 투톱으로 세워 공격력 강화를 노렸지만 결과는 마땅치 않았다. 부상으로 낙마한 한국영(가시와 레이솔)과 하대성(서울) 대신 박종우(부산)를 중심으로 중원을 구성했지만 고질적인 빌드업 문제는 물론 볼배급과 패스플레이, 역할 분담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수비진이 보여준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기후와 시차, 체력적인 문제가 있다고는 해도 수적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번번히 골을 내줬고, 수비 집중력과 조직력은 전지훈련 기간 동안 합숙하며 발을 맞춘 선수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풀어져있었다.
홍 감독은 미국전이 끝난 후 "모든 비난은 내가 받아야 한다. 내가 책임지겠다"며 "우리 선수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 몫은 내 몫이다"고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전지훈련 무용론까지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홍 감독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이었다. 홍 감독은 "결과는 졌지만 선수들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며 이번 전지훈련과 평가전 3연전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분명 홍명보호가 전지훈련에서 잃기만 하고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전지훈련의 가장 큰 소득 중 하나는 힘겨운 대회 스케쥴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 있다. 홍명보호는 오는 6월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이구아수를 중심으로 쿠이아바, 포르투 알레그리 등을 3~4일 간격으로 오가는 강행군을 견뎌야한다. 체력이 떨어지고 기후도 조금씩 다른 상황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컨디션을 최선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 그 실마리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 외에도 홍 감독이 머릿속으로 그리는 성과는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철두철미하기로 소문난 홍 감독이다. 그가 얻을 것이 없는 전지훈련을 추진했을리는 없다. 문제는 시간이다. 이번 전지훈련과 평가전을 통해 홍명보호는 너무 많은 숙제를 안게 됐다. 주어진 시간에 비해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모두 해결하려 들다보면 오히려 엎어질 수도 있는 노릇이다. 과연 홍 감독이 이번 전지훈련에서 얻은 성과와, 또 숙제들을 어떻게 풀고 조합해 최강의 카드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리저리 카드를 들고 고심하는 모습을 보며, 그저 짧기만 한 시간이 못내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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