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부족한 홍명보호, ‘흙속의 진주’ 없었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2.03 06: 40

흙속의 진주를 찾기 위한 홍명보(45) 감독의 실험은 결국 성과 없이 끝이 났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지난 3주 동안 브라질과 미국에서 실시했던 전지훈련을 모두 마쳤다. 대표팀은 2일(이하 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카슨에서 벌어진 미국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0-2로 완패를 당했다. 이로써 전지훈련의 모든 일정을 소화한 선수단은 각자 소속팀이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나라로 향했다. 홍명보 감독은 미국에 남아 휴식을 취한 뒤 곧바로 유럽으로 날아가 유럽파들을 점검할 계획.
브라질로 떠나기 전 홍명보 감독은 “전력의 80%는 완성이 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전지훈련은 나머지 20%의 자리를 두고 국내파 선수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장이 될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브라질과 미국에서 선수들은 입에 단내가 나도록 뛰면서 서로를 의식했다. 투지는 나무랄데가 없었다.

선수들은 열심히 했다. 하지만 결과물이 없었다. 공격수 김신욱(27, 울산)은 첫 경기였던 코스타리카전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활약했다. 이대로라면 주전 공격수 자리를 굳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후 치른 멕시코전에서 김신욱은 공 한 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하고 후반전에 교체됐다. 김신욱은 미국전에 사력을 다했다. 하지만 헤딩에만 의존하는 단조로운 패턴이 반복될 뿐이었다. 이근호 역시 돌파력은 뛰어났지만 마무리가 약했다.
날개로 기용된 고요한, 김민우, 염기훈, 김태환은 세밀함과 파워가 부족했다. 결정적인 순간 나오는 부정확한 패스나 슈팅에서 아쉬운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손흥민의 화려한 개인기나 이청용의 정교한 패스와는 경쟁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미드필드 자리도 마찬가지였다. 하대성이 일찌감치 부상으로 낙마한 가운데 중원에서 공수를 풀어줄 선수가 없었다. 많은 출전시간을 얻은 박종우는 기대에 못 미쳤다. 그나마 8년 만의 월드컵을 노리는 이호가 미국전에서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수비는 처참한 수준이었다. 선수들끼리 전혀 호흡이 맞지 않아 6번이나 어처구니없는 실점을 했다. 김진수와 이용의 좌우윙백을 제외하면 모두 낙제였다. 특히 상대팀 팬들이 많이 몰렸던 멕시코전과 미국전에서 수비수들이 관중의 함성과 기에 눌러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절대 나와서는 안 되는 장면이었다. 홍명보 6기서 그나마 인상적인 선수는 이근호, 김진수, 이용 등 이미 검증이 끝난 선수들이었다. 새롭게 가세해서 탁월한 활약을 보였던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홍명보 감독은 “K리그 선수들의 경우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해본 경험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연히 선수 개인에게는 좋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정작 브라질 월드컵에 데려갈 수 있는 인재는 한 명도 찾지 못했다는 점은 전지훈련의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흙속의 진주는 없었다. 진주라고 생각했던 선수들도 알고 보니 빛이 많이 바랬다. 홍명보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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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미국)=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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