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에게 구속은 가장 마지막 문제다".
한화 새 외국인 투수 케일럽 클레이(26)가 순조롭게 적응해가고 있다. 지난 15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첫 날부터 선수단에 합류한 클레이는 김응룡 감독과 정민철 투수코치로부터 제구력과 준비성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최고참 박정진의 훈련 파트너가 돼 선수단에도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다음은 한화 선수단 숙소에서 가진 클레이와 일문일답.
- 자신만의 스케쥴로 훈련하고 있는데 잘 되고 있나.

▲ 스케쥴대로 훈련하고 있다. 한국야구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나만의 루틴이 있는데 최선의 방법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 성적이 유독 좋았는데 계기 있었나.
▲ 시즌 초반 더블A에서 선발로 꾸준히 좋았다. 5월 이후에도 컨디션을 유지했고, 트리플A에서도 기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특별한 계기라고 할 만한 건 없었다.
- 한국행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 솔직하게 말해서 금전적인 부분을 중요시했다. 트리플A에서 메이저리그로 승격되는 게 쉽지 않았다. 미국 이외의 다른 야구도 경험하고 싶었다. 한국은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의 중간 단계로 알고 있다.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 제구력이 좋기로 소문났다. 제구력이란 무엇일까.
▲ 멜 깁슨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 '패트리어트'를 생각하면 될 듯하다. 작은 타깃을 조금이라도 놓쳐서는 안 된다. 초점을 작게 해야 놓치는 부분이 없다. 내게는 컨트롤이 그런 의미로 비유될 수 있겠다.
- 고교 시절까지 중견수를 겸했는데 투수를 선택한 이유는.
▲ 고교 시절 중견수를 보며 2선발로 던졌다. 그런데 1선발이 수술을 받는 바람에 내가 확실한 선발로 자리를 꿰찼다. 이후 계속 투수를 하게 됐다.
- 2007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는데 어떻게 극복했나.
▲ 처음에는 실망을 많이 했다. 의사가 구속이 3~4마일 정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렇게 구속이 감소했다. 재활을 해도 구속이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코어와 튜빙 훈련을 꾸준하게 하며 내 몸을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 수술 이후 투구 스타일을 바꾸게 된 것인가.
▲ 그건 아니다. 토미존 수술과 관계없이 그 전에도 나는 빠른 볼과 느린 공을 섞어 던지는 스타일이었다. 여러가지 스타일로 던져봤는데 내게는 속도보다 제구라는 것을 지난해부터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래서 작년에 완전한 제구 위주 스타일로 바꿨다.
-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커맨드, 무브먼트, 디셉션이다. 스피드는 가장 마지막 문제다. 커맨드·무브먼트·디셉션, 이 3가지만 좋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이상적인 투수가 될 수 있다. 구속이 아무리 빨라도 매경기 망치는 투수들이 많다. 구속에 갖혀있어서는 안 된다.
- 어릴 때 영감을 준 메이저리그 선수는 누구인가.
▲ (남부 지역 출신이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투수 3총사 그렉 매덕스, 탐 글래빈, 존 스몰츠를 좋아했다. 그 중에서도 매덕스가 최고였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한 선수는 켄 그리피 주니어였다. 가장 성실하고 프로페셔널한 선수였다. 야구에 대한 자세까지 본받을 게 많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 김응룡 감독은 최소 10승 이상을 기대하고 있는데.
▲ 10승도 중요하지만 매경기 6이닝 이상 던지며 퀄리티 스타트하고 싶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팀 우승이다. 내 개인보다는 팀이 먼저다.
- 김응룡 감독은 여기서 잘하면 미국이나 일본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한다.
▲ 글쎄, 다른 것보다 지금은 한화에서 던지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싶다.
- 앞으로 어떤 투수로 기억되고 싶나. 한국프로야구의 매덕스가 되고 싶지 않나.
▲ 한국프로야구의 매덕스라(웃음). 그것도 좋지만 매덕스는 명예의 전당까지 간 대단한 선수다. 그 정도는 어려울 듯하다. 난 다른 선수보다 클레이 그 자체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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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