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3총사, 부담감 대신 설렘 안고 소치 입성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2.03 11: 41

'밴쿠버의 영광을 재현하라!'
'빙속 3총사' 이상화(25, 서울시청) 모태범(25) 이승훈(26, 이상 대한항공)이 2일(이하 한국시간) 네덜란드 전지훈련을 마치고 러시아 소치에 입성했다.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전지훈련을 마치고 최종 리허설로 네덜란드 오픈에 참가, 기량을 점검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러시아 소치로 입성해 본격적인 올림픽 준비에 돌입한다.
4년 전인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당시 쇼트트랙에 집중되어있던 한국의 동계올림픽 메달사를 다시 쓰며 빙속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빙속 3총사'는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기대할만한 메달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그 중심에는 '빙속여제' 이상화가 있다.

밴쿠버 당시 단거리 세계 최강으로 꼽히던 예니 볼프(독일)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이상화는 지금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2012-2013시즌, 월드컵 시리즈 500m 8개 대회 연속 우승으로 첫 종합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올리며 소치를 향한 첫 걸음에 시동을 건 이상화는 위징(중국)이 갖고 있던 36초94의 세계기록을 0.14초 단축시키며 36초80으로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첫 세계기록 경신이라는 놀라운 성과까지 일궈냈다.
2012-2013시즌에 이어 2013-2014시즌까지 완벽하게 지배한 이상화는 자타공인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의 가장 유력한 메달 후보다. 2013년에만 연달아 세 번의 세계기록 경신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거둔 이상화는 밴쿠버의 영광을 소치에서 재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기도 하다.
모태범과 이승훈도 와신상담한 결과를 소치에서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밴쿠버 이후 슬럼프에 빠졌던 이들은 올림픽 시즌을 앞두고 부활을 위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모태범은 주종목인 500m 뿐만 아니라 샤니 데이비스(미국)이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1000m서 메달을 따내겠다는 각오가 확고하다. 이승훈도 스벤 크라머로 대표되는 장거리 강국 네덜란드 선수들을 제치고 다시 한 번 메달에 도전한다.
눈여겨 볼 것은, 밴쿠버의 영광을 재현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고자 하는 이들의 얼굴에서 불안이나 부담감은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을 떠나 네덜란드 전지훈련을 떠날 때도, 네덜란드에서 소치로 입성할 때도 이들의 얼굴은 항상 밝았다. 메달에 대한 부담감보다, 자신이 가진 최상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커다란 무대를 앞두고 있다는 흥분과 설렘이 이들의 얼굴을 밝게 물들였다.
"(밴쿠버 때보다)지금이 마음이 더 편한 것 같다. 이미 한번의 경험이 있다보니 지금은 어떻게 풀어나가야하는지 알겠다"며 활짝 웃는 이상화의 표정은 그 대답이다. "만약 밴쿠버 때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이번에 굉장한 부담감 안고 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금메달을 얻었기 때문에 심한 부담감은 없다. 축제의 분위기에서 재미있는 것을 즐기다 오고 싶다"는 이상화의 말처럼, 영광을 경험한 이들은 그 무게에 짓눌리는 대신 그저 그것을 즐길 뿐이다. 빙속 3총사의 소치 드라마가 결과에 관계없이 아름다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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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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