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 애리조나, 뱀에 놀란 류현진 '조롱'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2.04 06: 31

메이저리그가 흥미로운 또 한 가지 이유, 바로 라이벌 관계다. LA 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최근 몇 년 동안 서로 날을 세우면서 사이가 급격히 나빠졌다.
특히 작년 다저스와 애리조나 사이에는 사건이 많았다. 6월 12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두 팀의 경기에서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보통 선수들이 나와 잠시 몸싸움을 벌이고 들어가는 게 대부분이지만, 그날은 유혈극으로 번졌다.
야시엘 푸이그와 미겔 몬테로가 빈볼을 한 번씩 맞았고, 이안 케네디가 투수인 잭 그레인키 얼굴 쪽에 공을 던지면서 불이 붙었다. 당시 다저스 타격코치 마크 맥과이어는 애리조나 커크 깁슨 감독 멱살을 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시즌 성적도 두 팀을 라이벌로 만들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인 다저스와 애리조나는 작년에도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시즌 중반까지 애리조나가 여유있게 선두를 질주했지만, 다저스가 믿기 힘든 연승행진을 벌이며 결국 지구 우승을 확정지었다.
 
마침 다저스가 지구 우승을 결정지은 경기도 애리조나전이었다. 9월 20일 다저스는 7-6으로 역전승을 거두며 우승을 확정지었고, 기쁨에 차서 체이스 필드 명물인 외야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라이벌이 안방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것도 화가 나는데, 세리머니까지 제대로 하자 애리조나는 발끈했다.
애리조나 데릭 홀 사장은 "다저스의 그 같은 행위는 무례하고 품위 없는 짓이다. 하긴 그들의 오래된 홈구장에는 아름다운 풀장이 없으니 이번 기회에 직접 구경하고 싶어하기는 했을 것"이라며 다저스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해가 바뀌어 2014년, 류현진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다저스 팀 훈련에 합류했다. 지난 1일 류현진은 '피칭 인 더 커뮤니티' 행사에 참가했다. 지역 사회 봉사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류현진은 자연사 박물관을 찾았다가 뱀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이 사진은 다저스 공식 트위터를 통해 소개됐고 팬들은 재미있다는 듯 다양한 반응을 내놨다.
여기에 애리조나도 한 몫 거들었다. 자신들의 공식 트위터에 '(뱀이 무섭다는) 교훈을 진짜 얻었을 것이다. 올해 두고 보자'(Lesson learned indeed. Ssssee you soon)라고 말한 것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애리조나 구단 상징은 방울뱀이다. 뱀을 보고 무서워하는 류현진을 두고 자신들도 무서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보다(see)를 일부러 'ssssee'라고 써서 뱀이 기어가는 소리까지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참고로 류현진은 작년 애리조나를 상대로 1승 2패 평균자책점 4.65로 약하긴 했다.
애리조나 구단 반응을 두고 누군가는 위트가 있다고 말할 것이며, 다른 누군가는 '속이 좁다'라고 말할 수 있다. 어느 쪽을 응원하는가에 따라 팬 반응도 갈릴 일이다. 야구는 라이벌이 있어 더욱 재미있는 것이고, 여기에 에피소드가 덧칠되면서 더욱 깊은 뒷얘기까지 생기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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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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