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 남쪽에 위치한 인구 약 115만 명의 미야자키현은 겨울만 되면 시끌벅적하다.
미야자키는 예전부터 연평균 18도의 따뜻한 날씨로 인해 오키나와 등과 함께 전지훈련지로 유명한 곳이다. 가장 유명한 것은 가을에 열리는 미야자키 교육리그. 그리고 요미우리 자이언츠,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미야자키에 계속해서 스프링캠프를 차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두산 베어스가 미야자키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한다.
올해 미야자키도 어김없이 팬들의 방문으로 활기차다. 이대호가 최근 입단한 소프트뱅크는 같은 규슈지방에 있는 후쿠오카가 연고지인 까닭에 매일 약 500명의 팬들이 매일 선수들이 훈련하는 이키메노모리 운동공원을 찾는다. 오히려 전국적인 인기팀이라고 불리는 요미우리 자이언츠보다 소프트뱅크쪽을 찾는 팬이 더 많은 분위기다.

팀은 팬들을 위해 미야자키역을 경유하는 전용 임시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지역 주민들은 주차장에서 주경기장인 아이비 스타디움까지 가는 길목에 장터를 열고 음식과 특산물 등을 팔아 지역 축제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팬들은 음식을 산 뒤 넓은 잔디에 마련된 야외 테이블에 앉아 먹으며 바로 옆에 있는 제2경기장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을 지켜볼 수 있다.
아이비 스타디움에서는 선수들이 오전부터 몸을 풀고 훈련을 소화한다. 선수들의 훈련 스케줄은 구장 앞에서 나눠주는 팜플렛과 스프링캠프 특집 홈페이지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어 관중들은 여유롭게 관중석에 앉아 좋아하는 선수의 훈련을 보며 박수를 치는 등 응원을 보낸다. 날짜에 따라 그라운드 개방 행사, 사인볼을 던져주는 행사 등도 열린다.

이뿐만이 아니라 주경기장, 투수 불펜, 제2경기장 등 운동공원 곳곳에 CCTV를 설치해놓고 이들을 볼 수 있는 대형 화면을 길거리에 전시해 팬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선수들의 움직임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자칫 선수들에게는 구속받는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팬들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하는 선수들에게 적당한 채찍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선수들의 안전이다. 11년째 미야자키에 스프링캠프를 차리고 있는 소프트뱅크 구단은 백여 명의 경비 인력을 동원해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고 있다. 장터가 열리는 길목도 선수들이 지나갈 때면 기찻길 건널목을 막듯 경비원들이 인도를 막아선다. 팬들은 선수를 가까이에서 보며 사인을 받고 선물을 주는 데 만족한다.
이대호는 지난 3일 "소프트뱅크가 역시 팬이 많고 명문팀이라 그런지 팬들도 공원에 놀러오는 것처럼 구장을 많이 찾아 즐거운 느낌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 선수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는 것 같다"며 팬들의 스프링캠프지 방문에 대한 느낌을 밝혔다.
우리나라는 전 구단의 스프링캠프가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 열리고 있어 팬들의 방문이 흔하지 않다. 일본은 12개 구단이 모두 국내에 스프링캠프지를 차리기 때문에 팬들의 방문도, 구단의 준비도 비교적 수월하다. 그러나 물가를 고려하면 도쿄에서 오키나와, 미야자키까지 가는 가격이 현해탄을 건너는 것보다 비싸다는 점에서 일본 팬들의 야구 사랑은 대단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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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훈련이 끝난 뒤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이대호(상)-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러닝 훈련을 하고 있는 소프트뱅크 선수단(중)-소프트뱅크 임시 셔틀버스(하)/ 미야자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