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악독한 시어머니들은 긴장해야겠다. 여기 또 만만치 않은 시어머니 한 명이 등장했다. 이번엔 아들의 외도를 이용, 어처구니없는 시나리오를 꾸며낸 후 위장 이혼이란 명목 아래 며느리를 떼어내는데 성공한 궤변론자(?) 시어머니다.
지난 3일 오후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빛나는 로맨스'(극본 서현주 연출 신현창 정지인)에서는 뒤늦게 남편 변태식(윤희석 분)에게 내연녀가 있었다는 것과 곤경에 처한 남편을 구하기 위해 했다고 생각했던 위장 이혼이 사실은 시어머니 허말숙(윤미라 분)의 계획 아래 진행된 일이였음을 깨닫게 되는 오빛나(이진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오빛나는 모든 사실을 알고 자신의 전 시댁으로 찾아갔다. 마침 집에 아들과 그의 내연녀 엠마(지소연 분)를 초대해 놓은 허말숙은 불쑥불쑥 찾아온다며 타박을 했고, 그런 그에게 오빛나는 “어머니 왜 그러셨느냐. 처음부터 다 알고 계셨느냐. 연두아빠한테 여자 있는 거 알고 계획적으로 위장 이혼 시킨 것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허말숙은 무조건 잡아떼고 봤지만,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오빛나가 믿을 리 만무했다. 오빛나는 “연극하지 말라. 연두 아빠가 그 여자와 같이 있는 거 보고 그 여자 입에서 결혼한다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말하며 딸 연두를 위해서라도 마음을 돌이켜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허말숙은 "너 말 잘했다. 이게 다 연두를 위해 내린 결정이다. 너만 연두를 생각하는 거 아니다. 연두의 미래를 위해서 위장 결혼 시키는 거다. 내 숙원 사업이 우리 연두 외국인국제학교에 보내는 거다. 그래서 (변태식과 엠마의) 그 관계는 온리(only) 비즈니스다. 형식적인 관계다. 너희가 위장 이혼을 하듯 위장 결혼이다"라고 궤변을 늘어놓으며 순간을 모면하기에 바빴다.
허말숙의 말에 오빛나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려줄 것을 요구했다. 마침내 자신의 거짓말이 모두 들통 난 것을 알게 된 허말숙은 "어디 시어미한테 와서 따지냐"며 오빛나의 따귀를 때리는 데 이르렀고 딸을 정상적인 가정에서 키우고 싶다며, 울면서 매달리는 며느리에게 소금을 뿌리며 쫓아냈다.
그간 드라마 속 시어머니들은 며느리를 정신병원에 가두거나 ('백년의 유산'), 외국어를 사용해 따돌리고('오로라 공주'), 친정어머니를 찾아와 횡포를 부리고('세 번 결혼하는 여자') 의붓아들을 죽이려 하는 등('금 나와라 뚝딱') 다양한 악행들로 시청자들에게 놀라움을 안겨다줬다. 이 같은 전설의 시어머니들 아래에서 허말숙이 보인 고유의 특징은 이상한 논리의 궤변이다.
속물인 허말숙은 이미 며느리를 맞이한 상황에서도 가세가 기울어 가진 것이 없는 오빛나를 못마땅하게 여겨왔다. 돈없는 며느리는 몇 년간 함께 살며 지독한 시집살이를 시키고, 제멋대로지만 돈이 많은 아들의 내연녀 앞에서는 꼼짝 못하는 그의 모습은 크게 대조돼 눈길을 끌었었다. 때문에 허말숙이 손녀를 외국인 국제중학교에 보내기 위해 외국 국적을 가진 여자와 아들을 결혼시키려 한다고 한 변명은 자신을 합리화하고자 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악독 시어머니의 횡포에 주인공 오빛나는 눈물 마를 날이 없다. 아직은 한없이 순수하기만 한 오빛나가 그런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복수를 가할 수 있을지 기대감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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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로맨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