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덩치 큰 타자라고만 생각했던 것일까.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4번 유력후보 이대호(32)를 보며 소프트뱅크 담당기자들이 편견을 깨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 1일 미야자키현 이키메노모리 운동공원에서 시작된 팀의 스프링캠프 훈련에 합류하며 첫 소프트뱅크 생활을 시작했다. 이대호는 첫 날부터 여유있게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기합을 불어넣으며 공수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이대호는 일본 무대 3년차지만, 소프트뱅크를 담당하는 현지 기자들은 처음 이대호를 보며 여러 가지 면에서 놀라는 모습이다.
4일 운동공원에서 만난 '닛칸스포츠'의 오이케 카즈유키 기자는 며칠 동안 봐온 이대호의 프리배팅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가 오릭스에 오기 전까지 이대호는 단지 슬러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본에서의 타격을 보며 컨택 능력이 탁월하다고 느꼈다. 요즘 실제로 보니 덩치에 비해 몸이 굉장히 유연하고 스윙이 부드럽다"고 말했다.

첫 날부터 하루에 약 20분씩 소화한 프리배팅에서 주로 밀어치기를 하며 손목 감각을 끌어올린 이대호는 "지금 홈런은 큰 의미가 없다"며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아사히 신문' 와타나베 요시에 기자는 "이대호는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아는 선수 같다. 그래서 오릭스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하나 이대호에 대해 놀라는 것은 그의 달리기 실력. "일본 야구에서는 뛰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하던 소프트뱅크 담당기자들은 이대호가 러닝 훈련을 하는 것을 보면서 "예상보다 가볍게 달린다"고 의아해했다. 이대호는 이번 겨울 내내 웨이트와 러닝 훈련을 많이 하면서 체지방을 줄였다. 한 기자는 "이대호는 그에 대한 기대에 비해 빠르다"며 '그는 못뛰는 타자'라는 선입견을 버렸다.

성격 역시 의외라는 칭찬. 이대호를 처음 본 소프트뱅크 담당기자들은 초반 이대호에 대해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취재 문화 자체도 선수와 거리를 두는 편이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그가 친미디어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그러나 이대호는 지난 3일 현지 취재진이 일본 전통 의식을 선보여달라고 주문하자 흔쾌히 따라주며 담당기자들의 긴장을 풀리게 했다.
야구 선수가 외국 무대에 진출하게 되면 현지 문화를 잘 알지 못하거나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등 좌충우돌 힘든 경험을 겪는다. 그 선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현지 언론과의 오해도 그 중 하나. 이대호는 그가 가진 특유의 여유로움과 실력으로 소프트뱅크 담당기자들의 선입견을 하나하나씩 유쾌하게 깨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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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