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미국 월트 디즈니 픽처스와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겨울왕국'이 애니메이션으로서 이례적인 흥행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기 애니메이션들과는 또 달리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기에 눈길을 끈다.
가장 큰 것은 작품 자체의 평가를 넘어 캐릭터 신드롬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엘사 오타쿠'라고 부르는 관객들이 그 모습을 증명한다.
국내에서 개봉 18일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애니메이션 1위에 오른 '겨울왕국'은 디즈니의 구력으로 탄생한 작품성, 주옥같은 OST, 어른-아이 모두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내용 등 모든 요소들이 전체적으로 잘 조화를 이뤘다는 평이다. 하지만 이 중 유독 도드라지는 부분은 캐릭터 신드롬이다. 그 주인공은 엘사.

영화 속 명장면으로 꼽히며 많은 패러디를 만들어내고 있는, 엘사가 'Let It Go'(렛잇고)를 부르는 모습은 스크린에서는 얼음왕국이 펼쳐지고 있음에도 관객들의 심장을 타오르게 만든다. 처음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자매 주인공이 등장했고, 그 중 언니인 엘사는 '겨울왕국'의 토대가 된 캐릭터로 기존의 디즈니 공주들과는 좀 맥을 달리한다.
엘사는 지금까지의 디즈니 공주들에서 보다 진화된 공주 형태가 아닌, 오히려 그와 반대의 지점에 있는 여왕이기에 사랑받는다고도 할 수 있다. 동생 안나가 독립적이고 모험심 강한 말광량이 공주라면, 엘사는 한 마디로 비련의 여주인공이다. 그는 관능적인 여신에 가깝다. 태생적인 '다름'으로 인해 영혼에 슬픔이 깃든 엘사는 어둡고 처연하다. 하지만 '렛잇고'를 통해 눈부신 여왕으로 탈바꿈하면서 소위 '뭔가가 있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여성이 된다.
엘사를 보며 기존 디즈니 공주들이 아무리 사랑스럽고 귀여워도 한껏 듣지는 못했던 '섹시하다', '여성스럽다', '보호해주고 싶다' 등의 반응이 속출하고 있다. 엘사가 목놓아 '렛 잇 고'를 부르는 부분에서는 그야말로 남성 관객들의 혼이 쏙 빠지는 모습이다.
'겨울왕국' 속 두 공주 모두 사랑스럽지만 안나보다 엘사에 대한 표면적 반응이 더 크다는 것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이는 앞서도 말했듯이, 엘사가 지금까지의 공주들과는 달랐기에, 오히려 좀 더 여성성을 획득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만화 캐릭터에 빠져 그와 사랑을 하는 이른바 오타쿠들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정말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보며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아주 다른 사람의 얘기만은 아닌 듯하다는 반응이 많다.
악역이 될 수 있었던 캐릭터가 매력적인 주인공으로 탈바꿈한 케이스다. 실제로 이런 상황은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도 많이 있는 일다. '엘사가 사람이었다면..'이라는 아쉬운(?) 반응을 나타내는 팬들도 있다. 정말 만화책을 찢고 나온이 아닌, 스크린을 뚫고 나온 캐릭터의 신드롬이다. 그런데 정말 실사판이었다면 어땠을까? '겨울왕국'의 폭풍 인기와 함께 해 보는 재미있는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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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