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창자를 빼갖고 젓갈을 담가불랑께."
'창자'와 '젓갈'이라는 단어를 적절하게 조합시켜, 욕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여수 소녀 민도희. 주머니에 쏙 들어갈 법한 작고 귀여운 외모에서 거침없이 쏟아지는 전라도 사투리와 거친 욕설의 반전매력은 안방극장 시청자 모두를 매료시켰다.
음악 프로그램 대기실에서 곁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작고 귀여운 이미지로 유독 눈길을 끌었던 걸그룹 타이니지 멤버에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속 조윤진 캐릭터를 통해 성별불문 전 연령대의 사랑을 독차지한 도희를 합정동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인기를 좀 실감하나?
"예전에 비해서는.(웃음)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주시는 거랑, 예전과 달리 빡빡해진 스케줄에서 확실히 느껴진다. 다른 선배님들에 비하면 짧다면 짧은 기간일지도 모르지만, 나름의 무명시절을 거쳐서 그런지 지금의 상황이 너무 행복하다."
-다들 어떤 매력에 빠진것 같나.
"남동생 팬분들이 특히 많다. 키가 작은데 실제로는 누나라는 게 매력일까?(웃음) 팬레터도 많이 보내주시고, 현장에 직접 찾아와주는 분들도 꽤 있다. 너무 고맙다."
-사투리가 인기였다. 연기였나, 평상시 억양이었나.
"데뷔 후에도 표준어를 잘 못써서 그룹 인터뷰를 할 때마다 대답을 거의 하지 않았을 정도다. 미리 연습하고 준비한 답변만 했다. 현재는 '응답하라 1994'가 끝나고 열심히 표준어 연습 중이다. 아직도 긴장이 풀리거나 하면 사투리가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온다."

-도희에게 '사투리'란?
"아이러니다. 데뷔 초부터 콤플렉스였고, 그것 때문에 의기소침해질 때가 많았다. 수다 떠는 걸 좋아하는데 자연스럽게 성격도 변했다. 근데 결국 이 사투리로 평생 잊지 못할 '응답하라 1994'를 만났다."
-신원호 PD 앞에서 봤던 오디션, 기억나나.
"긴장을 엄청나게 하고 갔다. 연기를 보여주는 거라 생각했는데, (신원호 PD가) '사투리만 보겠다'고 하셨다. 서울에 왔을 때 일반적인 상황들을 사투리로 하는 거였는데, 표정이 시큰둥 했다. '망했구나' 했는데, 2달간 연락이 없길래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앞서 신원호 PD는 OSEN과의 인터뷰에서 도희 캐스팅에 대해 "1번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제작진이 원하던 '생활 사투리'를 딱 보여줬다. 키가 작은 것도 굉장한 이점이었다. 그 뒤로 두 달간 윤진 역 오디션을 진행해봤는데 결국 도희밖에는 없더라"라고 밝힌 바 있다.)
-윤진과 도희, 어느 쪽이 더 매력있을까.
"도희!(웃음) 윤진과 성격이 비슷한 부분이 많다. 소탈한 것도 비슷하고, 친해지면 솔직해지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애교 부리는 것도 비슷하다. 윤진이 가진 모습들이 내 모습과 겹쳐서 연기가 더 수월했던 것 같다."
-삼천포 역 김성균과의 연기, 어렵지 않았나.
"시작하기 전부터 걱정이 엄청 많았다. 영화 '이웃사람'에서 문틈으로 보인 얼굴이 뇌리에 남아있는데,(김성균은 '이웃사람'에서 살인마로 나온다) 나중에 삼천포-윤진이 결혼까지 한다는 걸 알고 걱정이 더 커졌다. 막상 연기에 들어가니, 모르는 것 투성인 날 너무 많이 도와주셨다. 긴장을 풀어주기도, 리허설 개념으로 맞춰주기도 하면서 편히 연기할 수 있게 이끌어줬다."

-기억나는 애정신이 있나.
"사귄다고 하숙집 식구들에게 말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다른 애정신은 둘만 있어서 포옹을 해도 괜찮았는데, 다들 지켜보고 있는데서 입에 묻은 걸 닦아주고 닭살스런 행각을 하니 어색했다. 그전까지는 실컷 목을 잡고 싸우다가 처음으로 연인 연기를 하게되어 더 그렇기도 했다."
-실제로 삼천포 같은 남자는 어떤가.
"나이차를 떠나서 너무 좋다. 가정적인 남자가 이상형인데, 극중 삼천포가 딱 그랬다. 배려심 깊고, 자상하고, 재치도 있고…실제 성균 오빠도 현장에서 잘 챙겨주고 자상했다."
-'아육대'에 다녀왔다. 거기서 이성간 불꽃이 튄다던데?
"처음 가는 거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결국 멤버들과 친목도모의 시간만 보내다가 돌아왔다. 핸드폰도 있는데…연락이 없다.(웃음) 오픈 마인드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여전히 조용하다."
-소속사에서 연애를 허용하나? 어떤 연애를 원하나. 결혼 계획은…?
"연애는 둘이서 하는 거다. 소속사 대표님은 '만나라'고 하시는데, 안 생긴다. 오글거리는 닭살 보다는 친구같이 편안한 연애가 좋다. 결혼? 남보다 일찍 하고 싶었는데, 지금으로선 힘들 것 같다. 그래도 서른살쯤에는….(웃음)"

-서태지 열혈팬 연기를 했다. 실제로 경험한 열성팬 있나.
"드라마 속 윤진이처럼 열혈적인 팬은 없다. 공개 방송에 따라와주는 분들 정도다. 아무래도 경험이 없다보니 극중 역할을 100% 다 이해못한 기분이 들었는데, 서태지의 실제 팬분께서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해주셔서 안심했다. 아! 얼마전 숙소까지 찾아온 남성팬분이 있었는데 깜짝 놀랐다. 편지를 놓고 갔는데 '내일 오후 1시에 다시 와서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무서웠다. 숙소까지 찾아오는 건 자제해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연기자로서 아껴주신 만큼, 본업인 가수로 복귀할때도 호응해주셨으면 좋겠다. 변하지 않고 예전처럼 꾸준히 열심히 할테니 계속 관심있게 지켜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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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