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미숙이 같은 방송사 두 드라마 속에서 정 반대의 인물을 연기하며 특출한 연기력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매일 저녁 7시 15분에는 착하고 청순가련한 엄마 역을, 수요일과 목요일 밤엔 드센 미용실 원장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이미숙의 모습에서는 오랜 시간 쌓아온 여배우의 내공이 뿜어져 나온다.
이미숙은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 퀸 미용실 원장 마애리 역으로 열연 중이다. 마애리는 67년 미스코리아 진을 했던 인물로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인 1997년에는 업계 최고의 미용실 원장이자, 미스코리아의 대모로 불리는 인물.
마애리는 여러모로 특이한 인물이다. 짙은 화장과 잘 차려입은 의상, 예의바른 말투는 그의 완벽주의적 성향을 드러낸다. 더불어 아랫사람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와 싸움을 할 때는 욕설도 불사하는 시원한 여장부의 모습은 매력적일 뿐 아니라 대중들에게 익숙한 이미숙의 모습과 묘하게 닮아있다.

때문에 그는 주인공 오지영(이연희 분)으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오지영은 현재 미스코리아로서 자신의 가능성을 처음 알아봐 준 마애리와 퀸 미용실을 떠나와 연인 김형준(이선균 분)과 함께 미스코리아에 도전하게 됐지만, 시간이 지나도 유독 마애리에 대한 존경심만은 놓지 않고 표현한다. 그만큼 마애리는 경쟁을 함께 해야하는 적들에게 위협적인 존재인 동시에 존경해도 될만큼 입지전적이고 완벽한 인물이다.
이미숙은 마치 마애리가 자신의 실제 모습인듯 200% 제대로 소화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서 마애리 외의 다른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
그러나 이 뛰어난 여배우는 또 다른 작품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빛나는 로맨스' 속 주인공 오빛나(이진 분)의 엄마 정순옥 역이 그것. 정순옥은 마애리의 모습이 상상되지 않을 정도로 따뜻하고 온순한 가정 주부다. 교통사고를 당한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생활전선에 내몰려 마트에서 야채를 팔고 있지만, 주변에는 늘 흑심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는 남성들이 어슬렁거린다.
'빛나는 로맨스' 속 이미숙은 한 층 힘을 뺀 모습이다. '미스코리아'에서의 화려하고 짙은 메이크업, 비싼 의상과 대찬 목소리는 제쳐두고 수수한 옷차림과 외모, 작은 목소리로 조근조근 필요한 말만 한다. 자신에게 관심을 표하는 장재익(홍요섭 분) 교수와는 훈훈한 비주얼 커플을 형성하며 보기 좋은 중년 로맨스를 만들어낸다.
이 같이 정반대 인물을 연기하는 이미숙의 활약은 수요일과 목요일이 되면 한 편의 변신쇼를 보는 듯 흥미진진하다. 남성들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가녀린 중년의 여성은 단 2시간 만에 색다른 마녀 원장으로 변신해 극 중 인물들을 쥐락펴락한다. 다양한 캐릭터로 극에 흥미를 더하는 명배우 이미숙의 남은 활약상이 기대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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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빛나는 로맨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