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소영은 걸그룹 애프터스쿨로 먼저 대중 앞에 섰다. 그리고 애프터스쿨이 정상의 자리에 올라 있는 상황에서 지난 2009년 모든 것을 버리고 연기자로 새 출발했다. 연기에 대한 열망, 그것이 유소영으로 하여금 당시 인기에 대한 '무소유'를 가능케 했다.
그리고 유소영은 배우로서 제일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는 중이다. SBS 아침드라마 '나만의 당신' 속 악역으로 변신한 걸그룹의 그는 과거를 그리워하기보다는 현재를 위해 살아가고 있었다. 유소영은 과거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고, 미래를 꿈꾸는 배우였다.
유소영을 직접 만나기 앞서 그에게 애프터스쿨 때의 이야기를 꺼내도 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는 그에게 찬란한 아픔일 수도 그리운 과거일 수도 있다. 어찌됐든 누군가는 그가 애프터스쿨을 탈퇴한 사실을 후회할 것이라 여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유소영은 밝았다. 애프터스쿨이란 자신과 떼려야 뗼 수 없는 것임을 인정하고 발랄한 반응을 보였다.

"애프터스쿨이라는 꼬리표 싫지 않아요. 오히려 좋은 거 같아요. 예를 들면 저에게 해외팬들이 생긴 것도 다 제가 애프터스쿨이었기 때문이죠. 제가 멤버였을 때는 해외 활동을 한 적이 없는데도 제가 애프터스쿨이었었단 이유만으로 해외 팬분들이 저를 아시더군요. SNS를 통해서도 많은 분들이 연락을 해 주시고, 해외여행을 가서도 알아봐주세요. 한 번은 집 앞 편의점에서 민낯인 저를 알아보신 분도 있었어요(웃음)."

그는 아이돌을 포기한 채 연기로 완전히 전환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밝고 명랑하게 이야기했다. 어떤 배우들이 그러하듯 인터뷰를 하며 진지하게 연기에 대한 열망 같은 것들을 늘어놓을 줄 알았던 예상은 완벽히 어긋났다. 그는 "더 나이 들기 전에 연기하고 싶었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고등학교에서도 연기를 전공했고, 어쩌다보니 가수로 먼저 데뷔하게 됐어요. 가수 쪽이 인연이 먼저 닿은 거죠. 그런데 적지 않은 나이에 데뷔한 거고, 더 나이 먹기 전에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냥 빨리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그렇게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연기에 뛰어든 유소영에게 배우로서의 앞길은 구만리였다. 애프터스쿨로서 그가 누리던 것들은 남일이 돼 버렸다. 그럼에도 그는 담담히 받아들였다. 오히려 애프터스쿨 출신이라는 말이 부담이 되기도 했다.
"가수 때도 신인이었지만 연기자로서는 더 신인으로 시작하는 거잖아요. 과거의 생활은 생각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더 열심히 해야했어요. 사실 애프터스쿨이란 말이 부담되고 걱정도 많이 됐죠. 저는 지금 애프터스쿨이 아니잖아요. 그 분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걱정도 많이 했고요. 사람들이 애프터스쿨이라는 과거 때문에 기대를 더 하시는 것 같아 부담이 컸어요."

이제 유소영은 소박하게 자신의 앞날을 꿈꾼다.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고 손예진이 롤모델이라는 그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도 소박한 평가를 내렸다.
"평가할 만한 실력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이번에 '나만의 당신'하면서 느낀 게 '선생님들은 내공이 대단하구나'였어요. 어디가서 연기한단 소리 하면 안된다고도 생각했죠. 아침드라마에는 중년 선생님 연기자 분들이 많잖아요. 그 분들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전 아직 병아리예요."
그렇게 다소 험난한 길을 걸어온 그는 2014년 29살이 됐다. 서른을 앞둔 여배우, 무겁고 어렵다. 유소영은 일단 급하게 마음을 먹지는 않았다. 욕심만 부리다간 일은 꼬여버린다는 걸 깨달은지 오래다.
"20대 마지막이잖아요. 여배우로서 서른을 넘길 시기임에도 입지를 굳힌 게 아니라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도 급하진 않아요. 제가 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된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는 그게 급했거든요. 인지도를 쌓고 싶어서 마음이 다급했죠. 그러다보니 일이 꼬이도 독이 됐어요. 지금은 그냥 단순해요. 드라마에서 저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 소화해내면 만족해요."
mewolong@osen.co.kr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