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연습경기에서부터 불을 뿜었다. 최정(27)과 루크 스캇(36)의 이야기다. SK가 기대하고 있는 중심타선의 밑그림도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히스토릭 다저타운에서 1차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SK는 2일(이하 현지시간) 전지훈련 들어 첫 연습경기를 가졌다. 지금까지는 팀 포메이션 훈련과 올해 사용할 작전 등을 집중적으로 연마했다면 이제는 경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부분은 역시 최정과 스캇의 맹타였다. 두 선수의 활용 방안에 대한 이만수 SK 감독의 구상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날 홍팀의 3번 타자로 출전한 최정은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최정 바로 뒤에 위치한 스캇은 3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사실 팀 중심타선의 핵심 타자들인 두 선수를 떼어놓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감독은 두 선수를 나란히 배치시켰고 소기의 성과를 확인했다. 최정의 출루, 스캇의 타점이라는 공식이 첫 경기부터 터져 나왔다.

사실 SK의 지난해 고민은 4번 타자였다. FA 자격을 얻어 NC로 이적한 이호준의 공백이 적잖이 컸다. 당초 박정권이 4번 후보였으나 시범경기에서는 최정을 4번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팀 타선에서 가장 큰 임무를 가지고 있는 4번에 대한 이 감독의 고민이 묻어나왔다. 외국인 선수로 메이저리그 통산 135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스캇을 영입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다만 스캇이 그대로 4번으로 출전할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전지훈련 출국 전 스캇의 포지션을 한정시키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냈었다. 스캇은 중심타선에 모두 배치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스캇 스스로도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다. 팀이 원하는 곳에서는 모두 뛸 수 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단 이 감독은 스캇을 4번으로 출전시키며 최정과의 시너지 효과를 시험했는데 성과가 좋았다.
이 감독은 최정의 가장 이상적인 포지션에 대해 “3번”이라고 말한다. 정확성과 장타력을 모두 갖춘 팀 내 최고 타자가 3번을 맡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다만 지난해에는 박정권이 눈부신 반전을 이뤄낼 때까지 4번 후보가 마땅치 않은 SK였다. 그래서 ‘3번 최정’의 가치가 상하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스캇이 첫 경기처럼 해결사 몫을 해준다면 최정의 활용도가 살 수 있다. 팀 사정상 3할 타율보다는 30홈런이 더 중요한 포지션이라는 점에서 스캇의 능력에 기대가 걸린다.
다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 좀 더 실험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후반기만한 활약이라면 박정권도 4번에 들어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최정과 박정권이 최대한 주자를 모으고 스캇이 5번 타순에서 해결사 몫을 하는 방안도 구상이 가능하다. 스캇이 3번 자리에서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스캇-최정-박정권으로 지그재그 타선을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래나 저래나 지난해보다는 사정이 한결 나아보이는 SK의 중심 타선이다. SK의 시즌 전망도 조금씩 밝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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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