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계약 3년 차. 정대현(36)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한 해였지만 올해는 다시 '여왕갈매기'로 거듭날 수 있을까.
정대현은 지난해 풀시즌을 치르면서 58경기에 출전, 5승 4패 1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했다. 단순히 기록만 놓고 본다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정대현이라는 이름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2012년 롯데 입단 첫 해 부상으로 뒤늦게 시즌을 시작했던 정대현은 8월 복귀 후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역시 정대현'이라는 평을 받았다. 때문에 부상없이 준비한 2013 시즌에 많은 기대가 모아졌던 게 사실이다. 정대현이 정상적으로 작년 시즌을 준비하게 되면서, 34세이브를 거뒀던 기존 주전 마무리 김사율까지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그렇지만 WBC를 준비하며 너무 일찍 몸을 만든 게 화근이었을까. 정대현은 시즌 초 고전하면서 마무리 자리를 김성배에게 넘겨줘야만 했다. 시즌 초반에는 투구버릇 노출 때문에 피안타율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잠시 1군에서 제외되어 재정비까지 했다. 시즌 최종 피안타율은 2할9푼6리, WHIP(이닝당 출루)는 1.50, 블론세이브는 6번, 중간계투로 시즌을 마쳐야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정대현은 철저하게 몸을 만들고 있다. 지난달 있었던 체력 테스트에서 김시진 감독은 정대현을 보호하기 위해서 '굳이 뛰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정대현은 정상적으로 테스트를 소화했다. 또한 사이판 캠프에서는 차로 10분 거리를 뛰어서 돌아가기까지 했다.
투수는 하체 힘이 중요하다. 특히 정대현과 같은 언더핸드 투수는 더욱 그렇다. 투구 시 정대현 발목은 거의 90도 가량 꺾일 정도로 뛰어난 유연성을 보여주는데, 이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하체 근력과 힘이 필수다. 정대현이 정상적으로 러닝 훈련을 소화한다는 건 그만큼 하체에 다시 힘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만약 정대현이 2012년 후반기처럼 던져준다면 롯데 불펜은 약점이 없어진다. 당시 정대현은 24경기에서 28⅓이닝을 던지며 단 2실점, 평균자책점 0.64를 기록했다. 그나마 2실점도 모두 한 경기(SK전)에서 나온 것이었다. 불과 2년 전이지만, 그때 정대현은 건드릴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시진 감독은 현재 김성배를 주전 마무리로 염두에 두고 있다. 정대현이 8회, 김성배가 9회를 막는다면 롯데는 경기 막판 2이닝을 지워버릴 수 있다. 이들 외에도 수준급 자원이 풍부한 롯데 불펜이기에 올해는 김 감독이 원했던 '지키는 야구'를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롯데 이적 직후 정대현은 '여왕갈매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구단 선수 프로필에도 정대현의 별명은 '여왕갈매기'다. 이제 FA 계약 후반부에 돌입하는 정대현이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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