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자’가 주는 이미지가 있다. 아이의 엄마, 그리고 한 남자의 아내.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40대 여자’의 이미지다. 이 이미지 속에 ‘여자’는 없다. 하지만 이들도 불 같은 사랑을 한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골드미스는 연하남과의 사랑을 불태우고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는 주부는 밤마다 남편의 사랑을 원하고, 홀로 아이를 키워왔던 싱글맘은 남자친구와의 로맨스에 매일이 행복하다.
드디어 국내에서도 40대 여자들이 사랑을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20대의 사랑, 30대의 사랑, 게다가 노년의 사랑까지 확인할 수 있었던 스크린에서 40대 여성의 사랑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영화 ‘관능의 법칙’이 처음이다. 극 중 골드미스 신혜 역을 맡은 배우 엄정화는 처음으로 나온 40대 여성의 사랑 이야기가 반가웠단다. 4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영화가 나왔다는 것에 반가웠고 여자가 전면에 나서는 영화가 나왔다는 것에 또 반가웠단다.
그리고 공감했단다. 어느덧 40대 중반에 서 있는 엄정화는 영화 속 나오는 대사들이 많이 공감됐다고 말했다. 여자에게 있어 나이가 주는 고정관념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여자에게 어려운 결혼이라는 단어들이 그랬다. 결혼 이야기에 특히 공감하니 연신 고개를 끄떡이면서도 자신의 사주에 연하남이 있다며 장난스럽게 웃어 보인 그였다.

"(영화에) 많이 공감했어요. 여자 같은 경우엔 나이가 많아질수록 결혼에 제약이 생기잖아요. 남자는 어린 여자랑 결혼하는 경우가 있지만 여자는 점점 만나기 힘들어지죠. 모든 사람한테 나이는 중요하지만 특히 여자한테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고정관념에도 변하지 않는 건, 사랑에 민감한 여자라는 사실이었다. 그는 40대나 20대나 사랑에 대한 마음은 똑같다고 했다. 여전히 설레고 헷갈린다고. 그러면서 풀어놓은 엄정화의 ‘일과 사랑’ 이야기는 기자와 배우의 만남이 아닌 커피 한 잔씩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사랑에 대한 수다를 떠는 여자와 여자의 만남으로 분위기를 탈바꿈시켰다.

"40대가 되니까 30대 때랑은 확실히 달라요. 대외적으로 느껴지는 시선도 바뀌는 것도 같고. 하지만 예전에 느끼던 마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달라지지 않죠. 사랑이 왔을 때 여전히 헷갈리고 여전히 설레고 미리 그만두고 싶기도 하고. 40대가 된다고 해서 확 달라질 거 같아요?(웃음). 음, 사실 그동안 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결혼할 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저는 지금껏 만나온 사람들과의 관계에선 다 일이 더 중요했거든요. 후회는 없어요. 연애 하고 있어요? 후회할 것 같다 싶으면 확 잡아버려요(웃음)."
사랑 앞에선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가 똑같지만 여배우에게 나이란 어찌 보면 가장 큰 제약일 수 있다. 역할 제한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여성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지길 바라는 소망을 내비친 그에게 그럼에도 엄정화는 변신을 계속 하고 있다는 말을 꺼내니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배우로서 자신의 색을 빼고 연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가수로서는 섹시하다는 말을 듣는데 배우로서는 섹시함에 갇히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요. 그래서 배우로서는 저의 색을 다 빼고 어떤 시나리오든, 역할이든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러고 싶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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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