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과 만화 '설희' 강경옥 작가 간 진실게임이 산으로 가는 인상이다. '별에서 온 그대' 제작사 측이 강 작가가 드라마를 '설희'의 판매 홍보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 앞으로 '별에서 온 그대'와 강 작가는 법정 싸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양측의 초점은 '표절'에 맞춰져 있었다. 강 작가가 자신의 작품 '설희'와 '별에서 온 그대'의 스토리에 유사성을 토대로 문제를 제기했던 것. 하지만 이번에 '설희'가 판매되는 과정에서 '별에서 온 그대'가 홍보수단으로 사용됐다는 사실이 제기되면서 복잡한 싸움이 됐다.
'별에서 온 그대' 제작사 HB 엔터테인먼트는 5일 법무법인 한신을 통해 법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B엔터테인먼트 측은 이날 오전 '설희' 측에 관련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현재까지 강 작가는 홍보 문제와 관련해 대응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별에서 온 그대'가 '설희'의 홍보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사실이 제기되면서 저작권에 맞춰지던 논점이 흐려졌다는 것이다. 만일 '설희'가 '별에서 온 그대'와 벌인 공방 덕분에 경제적 이득을 봤고, 또 이를 홍보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 강 작가의 호소는 힘을 잃게 된다.
이날 '별에서 온 그대' 측은 "‘별에서 온 그대’ 저작권 내지 연기자의 성명권 사용, 현재 ‘별에서 온 그대’가 인기리에 방영되는 점을 기화로 이를 고스란히 설희 작품의 홍보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하여 법적인 판단을 받도록 조치할 예정"이라며 "권리의 무단 사용 부분에 대하여 법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만화 ‘설희’의 홍보를 위한 소개 문구에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제목에 대한 저작권 및 주연 배우의 성명권을 상당기간 사용해왔다는 증거 자료로 미스터 블루의 웹 페이지 캡처 화면을 저희가 보관 중에 있다. 그 이후 만화 ‘설희’가 각종 포털 사이트와 만화 전문 사이트에서 유료 결제 만화 순위 1위를 했다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처음 저작권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든 건 강 작가였다. 그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별에서 온 그대'와 '설희'의 유사성에 대해 거론했다. 그는 "광해군 일지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사실이지만, 그 사건에서 파생된, '400년을 살아온 늙지 않는 사람이 현실에서 사는 법'과 '인연의 이야기'는 내가 만들어낸 '설희'의 원 구성안이다"고 설명했다.
'별에서 온 그대'는 404년을 이 땅에서 살아온 외계인 도민준(김수현 분)과 백치미 넘치는 톱스타 천송이(전지현 분)의 로맨스를 그리는 작품. 400년 전 광해군일지에 나온 사건을 시발점으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간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는 '설희'와 공통점을 갖는 부분.
이에 HB엔터테인먼트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설희'라는 작품을 몰랐고, 참고로 한 작품은 더더욱 아니었다"면서 "제작 과정에서 한 번 언급이라도 된 작품이면 모티브를 얻었다고 하겠지만 그조차도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후 잦아드는 것 같던 양측의 대립각은 지난달 28일 강 작가가 법정으로 끌고가겠다고 발표하면서 다시 예리해졌다.
강 작가는 "세상에 법적인 심판대 뿐 아니라 도덕적 심판대라는 것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오랜 작가 생활을 한 사회적 책임이란 게 일부 내게 있다고 생각했다"며 "만화계에서 있었던 사례들을 들으면서 조용히 끝내는 게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하게 살고 싶은 개인적 성향을 잠시 접고 사회적 이유로 이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강 작가는 '별에서 온 그대'로 인해 침해당한 저작권과 업계의 열악한 환경에 호소하며 강경대응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이에 제작사 측은 법무팀과의 상의 하에 대응방안을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표했다.
한편 '별그대'는 400여 년간 조선 땅에 살아온 외계인 도민준(김수현 분)과 한류 여신 톱스타 천송이의 로맨스를 그리는 드라마. 드라마 '내조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박지은 작가가 집필을, 드라마 '바람의 화원', '뿌리 깊은 나무'의 장태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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