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이 일어날 것인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에이스를 잃은 LG가 새로운 외국인투수를 찾고 있다. LG 관계자는 5일 “새 외국인투수를 알아보는 중이다. 리즈의 공백을 메워야하기 때문에 리즈급 투수를 데려오려고 한다”고 했다. 비어있는 외국인투수 한 자리를 완벽하게 채우겠다는 의지다.
보통 이 시기에 외국인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FA 투수시장이 다나카 마사히로로 인해 늦게 돌아가면서 LG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야구기구(NPB)는 다나카를 놓고 새로운 포스팅제도를 신설했다, 일본야구기구와 선수협회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했으나,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 선수협회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다나카는 지난 23일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었는데, 류현진‧다르빗슈 유와 비교하면 50일 이상 늦게 계약이 성사된 것이다.
선수협회의 주장대로 FA 투수시장 최대어 다나카의 포스팅 금액은 2000만 달러로 고정됐다. 그래서 많은 팀들이 다나카를 노렸다. 반면 FA 자격을 얻은 선발투수들은 찬바람만 맞았다. 실제로 두 자릿수 승을 올릴 수 있는 어빈 산타나, 우발도 히메네스, 브론손 아로요는 새 유니폼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윤석민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이제야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원인도 마찬가지다.
이는 LG에 호재가 될지도 모른다. 개막전 선발투수로 유력한 레다메스 리즈와 이별했으나, 또 다른 메이저리그급 투수를 데려올 수 있게 됐다. LG 관계자는 “리즈와 맺은 계약서를 보면, 1월 31일까지 몸에 이상이 생기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현재 리즈와의 계약은 파기된 상태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리즈에게 투자하려 했던 돈은 하나도 쓰지 않았다. 리즈에게 들이려고 했던 금액을 새로운 외국인투수에게 쓸 것이다”며 대어 영입 가능성을 비췄다.
LG는 그동안 리즈에게 많은 금액을 투자해왔다. 리즈의 정확한 연봉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3년 전 LG가 리즈를 데려오는데 100만 달러 규모의 이적료를 냈다는 말도 돌았다. 리즈가 빅리거급 연봉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LG는 리즈에게 투자하려 했던 돈으로 수준급 외국인투수를 영입하는 게 가능하다.
일단 LG는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LG 관계자는 “늦으면 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끝나는 시기까지도 기다릴 수 있다. 그 때면 시즌 개막이 코앞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투수들이 실전투입이 가능한 몸 상태가 된다. 영입 후 몇 주 정도 한국무대 적응을 위한 시간을 주면 된다”고 말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한화와 같다. 한화는 지난 30일 좌투수 앤드루 앨버스를 영입했는데 이전까지 그 누구도 앨버스가 한국프로야구에 올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앨버스는 미네소타의 5선발 후보로 꾸준히 40인 로스터에 들어가 있었다. 지난해 통산 두 번째 빅리그 선발 등판서 완봉승까지 달성했다. 하지만 미네소타가 리키 놀라스코와 필 휴즈를 영입해 선발진을 보강했고, 만 29세의 앨버스가 아닌 다른 유망주들을 보호하면서 앨버스는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앨버스는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다시 선발진 경쟁을 임하는 것이 아닌, 한화서 새 출발을 선택했다. 한화 구단은 앨버스의 연봉을 80만 달러라고 발표했다.
산타나, 히메네스, 아로요, 그리고 윤석민이 새 팀을 찾으면, 앨버스와 같은 케이스가 생길 수 있다. LG는 한화처럼 빅리그 5선발 후보지만, 한 끗 차이로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된 이를 노리려한다.
물론 누가 오더라도 리즈만큼 확신을 심어주지는 못할 것이다. 리즈는 한국프로야구 통산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고, 지난해 리그 최다이닝·최다 탈삼진을 올린 LG 마운드의 핵이다. 누가 LG 유니폼을 입든, 성패를 판단할 수 있는 시점은 빨라야 시즌 개막 한 달 전후다. LG가 누구를 뽑든,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리즈만큼 보증된 카드를 손에 쥐기는 힘들다는 말이다.
한편 LG는 리즈의 재활을 도우려한다. LG 관계자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리즈를 한국으로 데려와 재활시키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리즈와 인연을 이어갈 뜻을 보였다. 리즈는 지난 16일 오른쪽 무릎 통증을 안고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는데 정밀 검진 결과 무릎 아래쪽 미세 골절로 애리조나를 떠났다. 리즈는 6주간의 골절 치료 및 2~3개월의 추가 재활이 필요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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