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는 류현진(27)과 야시엘 푸이그(24)의 사이를 두고 ‘브로맨스(bromance)’라는 신조어를 썼다. 평소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장난이 매우 두텁고 친밀한 관계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제는 두 선수가 그라운드 내에서 좀 더 주목을 받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팀 사정 때문이다. 류현진과 푸이그라는 ‘2년차’들이 LA 다저스의 올해 성적을 쥐고 흔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두 선수는 지난해 다저스의 국제 스카우트 및 마케팅 부서를 신나게 했다. 소위 말하는 대박을 쳤다. 한국에서 온 류현진은 데뷔 첫 해 14승과 평균자책점 3.00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내며 팀 선발진의 든든한 기둥으로 자리했다. 류현진이 다저스에 ‘안정성’을 제공했다면 시즌 중반 가세한 쿠바 추린 푸이그는 다저스에 ‘폭발력’을 선물했다. 외야수들이 줄부상에 시달리고 있었던 최악의 상황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팀의 패배의식을 모두 걷어버렸다.
초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수두룩한 다저스에서도 두 ‘루키’의 활약상은 단연 빛났다. 사실상 정점에 오른 선수들이 많은 다저스에서 두 선수만큼 발전 가능성을 가진 이도 드물다. 팀의 기대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팀 사정도 두 선수에 대한 기대치를 키우고 있다. 류현진은 3선발, 푸이그는 리드오프로서의 중책이 주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팀이라는 조직의 일부지만 그 임무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류현진은 다저스 선발진의 확실한 카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라는 확실한 원투펀치가 있다. 적어도 15승씩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들이다. 다만 4·5선발은 불안감이 있다. 댄 하렌은 지난해보다는 나은 성적이 기대되지만 나이가 있다. 리키 놀라스코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5선발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조시 베켓, 채드 빌링슬리, 맷 매길, 스티븐 파이프 등이 후보로 거론되지만 부상 전력이 있거나 경험이 부족하다는 단점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4·5선발진이 지난해보다 낫다는 확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류현진의 몫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류현진이 더 좋은 성적을 낸다면 다저스 선발진도 더 좋은 성적을 낼 공산이 크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지난해의 성적이 가능하다는 보장은 없다. 선발진은 다저스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자 가장 믿는 구석이기도 하다. 현지 언론에서 류현진의 2년차 징크스 극복 여부를 중요한 화두로 손꼽는 데는 이유가 있다.
푸이그는 최근 리드오프 활용 가능성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상황에 따라 푸이그를 리드오프로 출전시키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푸이그는 지난해 1번 타순에서 총 115타석을 소화했다. 타율은 3할3푼3리, 출루율은 4할9리로 나쁘지 않았다. 다만 리드오프로 나서는 표본이 많아지면 이 정도 활약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시간이 갈수록 약점을 드러냈다는 점도 변수다. 푸이그의 9월과 10월 타율은 2할1푼4리에 머물렀다. 상대 투수들이 푸이그의 드러난 약점들을 집요하게 공략한 결과였다. 특히 삼진 비율이 높아졌는데 이는 인내심과 출루율이 중요한 리드오프의 덕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일 수도 있다. 푸이그가 리드오프 정착에 실패할 경우 팀 전체 라인업에 찾아올 혼란도 무시할 수 없다. 다저스의 장기적 계획과도 연관된 부분일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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