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판에 이르렀다. 윤석민(28)도, 구단들도 어떠한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많은 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막판 협상에서 윤석민이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의 협상력에도 기대가 걸린다.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윤석민은 최근 최소 5개 팀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이 현지 언론 및 주위 관계자들로부터 나오는 ‘소문’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실체가 드러난 상황이다. 1일(이하 한국시간)에는 볼티모어와 샌프란시스코 관계자들이, 그리고 5일에는 텍사스와 시카고 컵스 관계자들이 윤석민의 훈련 과정을 지켜봤다. 영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구체적인 제안을 한 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서는 볼티모어가 5일 확장된 제안을 윤석민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업무를 돕고 있거나 주위에서 이를 지켜보는 이들도 “몇몇 팀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라고 자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이제 윤석민의 선택만이 남았다는 것이다. 더 좋은 조건을 받기 위해 마지막 조율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봐도 큰 문제는 없다.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MLB 팀들의 투·포수조 스프링캠프는 늦어도 다음주에는 모두 다 시작된다. 윤석민으로서도 계약을 마치고 홀가분하게 스프링캠프에 참여하는 것이 낫다. 다만 아직 윤석민 측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고 있다. 보라스는 구체적인 협상 과정에 대해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는데 더 좋은 대우를 얻어내기 위한 마지막 사전 작업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에이전트계 관계자는 현지 분위기를 종합한 것을 전제로 “영입전 초기 관심을 보였던 팀 중 최소 2팀은 윤석민 영입전에서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그 중 한 팀은 협상 테이블을 제대로 열어보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민의 요구 조건이 팀의 지출 방향과는 부합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즉 이제는 윤석민의 가치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그에 부합하는 돈을 쓸 준비가 된 팀만 영입전에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세 마리 토끼로 요약할 수 있다. 일단 첫 번째 토끼였던 연봉은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적어도 헐값 계약을 걱정할 시기는 지났다는 것이다. 다만 두 마리 토끼가 더 남아 있다. 윤석민 측은 최소 2년 이상의 다년 계약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년까지는 욕심이어도 2~3년의 계약은 향후 안정성을 위해 필요할 수 있다. 때문에 단기 용도로 윤석민을 생각하고 있는 팀들은 협상 과정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볼티모어와 함께 윤석민에 가장 큰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텍사스의 지역 언론들도 다년 계약 요구를 비중 있게 다루는 모습이다. 텍사스는 데릭 홀랜드의 부상으로 선발 요원이 필요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장기 계약으로 묶을 자원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아니다. 볼티모어 언론들도 부상으로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한 와다 쓰요시의 사례를 들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윤석민이 얼마나 자신의 능력과 건강을 입증할 수 있을지가 막판 관건으로 보인다. 최근 훈련 과정을 공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선발 경쟁 합류라는 마지막 토끼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MLB 경력이 없는데도 불펜으로 활용할 투수에게 2~3년의 계약을 제시하는 것은 그리 사례가 많지 않다”라고 전망했다. 윤석민 측은 여러 루트를 통해 선발로 경쟁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선발 보장까지는 와전된 이야기지만 “불펜으로 쓰겠다”라는 점은 못 박는 팀은 일단 우선순위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이 세 마리 토끼를 어느 정도 보장하는 팀이 윤석민의 차기 행선지가 될 전망이다. 분명 아주 넉넉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다만 보라스가 계약을 자신하고 있는 만큼 기대를 걸어볼 여지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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