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투수에게는 승보다 홀드가 가치있다".
한화 잠수함 투수 정대훈(29)은 팀 내 가장 낮은 각도에서 던지는 정통 언더핸드다.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손에 꼽을 만큼 팔 위치가 낮다. 확실한 잠수함 투수가 없는 한화에서 정대훈은 희소가치가 있다. 불펜에 언더핸드 투수가 한 명 있으면 구성 인원이 다양해지며 운용하기도 편해진다.
정대훈은 지난해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2군 퓨처스리그에서 31경기 평균자책점 2.50으로 안정감있는 피칭을 자랑한 그는 1군에서도 13경기에 나와 2승1홀드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프로 데뷔 6년 만에 첫 승리투수가 되는 등 나름대로 인상깊은 시즌을 보냈다.

그는 "지난해 첫 승리를 거두며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며 "쉬는 기간에도 잘 쉬었다. 쉬는 것도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중간 투수로서 준비는 365일 항상 되어있다"는 말로 올해도 활약을 다짐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도 꾸준하게 몸을 만들고 있다.
정대훈은 "작년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다. 구위를 끌어올리는 것도 신경 쓰고 있지만 어차피 나는 똑바로 들어가는 공이 없다. 직구도 떨어진다. 나만의 장점을 살릴 것"이라며 "변화구도 스피드와 각에 변화를 줘 두 종류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첫 승에 이어 2승까지 거둔 정대훈은 올해 승보다 홀드에 포커스를 맞출 계획. "승리는 중간에 지고 있거나 동점일 때 거둘 수 있다. 홀드는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지켜야 가능하다. 중간 투수에게는 승보다 홀드가 더 가치있다"는 게 정대훈의 말이다.
그는 "몇 개의 홀드를 하겠다는 목표를 잡기에는 이르다. 먼저 이기는 상황에서 올라가는 투수가 되는 게 목표"라는 말로 필승조 진입 의지를 드러냈다. 현역 시절 전설적인 잠수함 투수였던 신용균 불펜코치도 "지난해 활약으로 자신감이 생겼고, 공에도 힘이 많이 붙었다"고 정대훈에게 기대를 걸었다.
정대훈이 리그에 몇 안 되는 정통 언더핸드 투수로 희소가치를 살리며 한화 불펜에 힘을 보탤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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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