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최고참 홍성흔(37)이 솔선수범 포수 미트를 꼈다.
지난 5일 일본 미야자키현 두산 스프링캠프 훈련이 한창인 가운데 내야 팀 수비 훈련이 진행되자 홍성흔은 포수 자리에 앉았다. 그는 포수 미트를 끼고 한참을 앉아 후배들의 수비를 함께 했다. 홍성흔은 "이번에 포수, 1루수 미트, 외야수 글러브 3개를 챙겨왔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최근 몇년간 지명타자로만 나선 홍성흔이 포수 미트를 가지고 캠프에 온 것은 투포수조의 합류가 늦었기 때문. 두산은 올해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미야자키 양쪽으로 선수단을 잠시 나눴다. 야수조는 미야자키로 일찍 왔지만 투포수조가 애리조나에 있다가 5일에서야 일본에 합류했다.

홍성흔은 "훈련에 포수가 없었기 때문에 필요할 것 같아서 포수 미트를 챙겼다. 이번에는 팀 플레이를 좀 중요시하고 싶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하나되는 게 중요하다"며 주장이자 최고참으로서의 바람을 밝혔다. 그는 "나는 여기 도와주러 왔을 뿐"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올해 한층 젊어진 선수층과 함께 훈련을 하고 있는 홍성흔은 "팀 분위기는 밝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이 젊어져서 그런지 나도 베테랑 노릇을 하기 보다는 함께 젊어지려고 한다. 그리고 젊은 선수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된다. 그런 점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팀에 빈 자리가 많이 생겼는데 또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팀에 베테랑들이 많이 사라지면서 분명 허전한 점은 있지만 팀 전력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키플레이어로는 고영민과 정수빈을 꼽으며 "이들이 잘해주면 팀이 '미칠' 것 같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도 주어진 짐이 있다. 홍성흔은 "감독님이 처음에 '너는 아직도 충분한 힘이 있다'며 20홈런-85타점을 주문하셨다. 그게 내 일이라면 꼭 목표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개인적인 욕심은 지금 연속 경기 기록을 깨고 싶다"고 말했다. 홍성흔은 지난 시즌 54경기 연속 출루를 기록해 박종호(2000년, 59경기 연속 출루)의 기록을 넘보고 있다.
젊어진 팀과 이를 바라보는 주장의 마음. 홍성흔은 "우리 팀 선수들은 어리지만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선배로서 뿌듯하고 고맙다"고 했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저력을 보여준 두산. 최고참 홍성흔이 또 한 번 팀과 함께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할 활약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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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