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가 굳건히 지키는 듯 했던 프로배구 남자부 3위 싸움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왔다. 선두 싸움과 더불어 시즌 막판 최대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한항공은 5일 아산이순신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를 거두고 승점 3점을 따냈다. 3위 싸움의 중요한 분수령으로 불렸던 이 경기에서 4위 대한항공이 승리함에 따라 3위 경쟁은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상황이 됐다.
5일 현재 남자부는 삼성화재(승점 51점)와 현대캐피탈(승점 43점)이 선두 경쟁을 벌이며 한발자국 앞서 나가고 있다. 이변이 없는 이상 두 팀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실시된다. 이제 안개는 포스트시즌 ‘안전’ 진출권이 주어지는 3위에 자욱하게 쌓여있다. 그동안 꾸준하게 3위를 지켜왔던 우리카드(승점 32점)과 추격에 나선 대한항공(승점 32점)의 승점이 같아졌다. 우리카드가 한 경기를 덜 치르긴 했지만 최근 분위기만 놓고 보면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터 문제로 고전을 거듭하던 대한항공은 삼성화재와의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세터 강민웅을 얻은 이후 힘차게 날아가고 있다. 세터와의 호흡 불일치로 자신의 능력을 모두 보여주지 못했던 외국인 선수 마이클의 스파이크에 불이 붙었다. 외국인 선수가 살아나자 팀 전반적인 공격 흐름도 원활해지고 있다. 경험이 있고 수비가 강한 대한항공인 만큼 앞으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시즌 초반 승점을 많이 저축했던 우리카드는 중반 이후 공격수들의 부진으로 좀처럼 승점을 쌓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루니의 해결 능력이 부족해 공격 흐름이 곳곳에서 끊기고 있고 최홍석 김정환 안준찬 등 날개 공격수들의 체력 문제도 지적된다. 전력만 놓고 보면 대한항공에 뒤질 것이 없지만 상대적으로 기복이 심하다는 단점도 있다. 결국 처진 분위기를 어떻게 되돌려놓느냐가 관건이다.
두 팀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올 시즌 남자부에서는 조건부 준플레이오프제가 시행된다. 3위와 4위 팀 사이의 승점차가 3점 이내일 때 단판 준플레이오프가 벌어지는데 최근의 혼전 양상이라면 준플레이오프 성사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점을 고려하면 역시 김요한의 복귀 이후 서서히 팀 사정이 나아지고 있는 5위 LIG손해보험(승점 27점)도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는 평가다.
아직은 불리한 위치지만 맞대결에서 기세를 올릴 경우 이 승점차는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다. 세 팀의 맞대결 결과에 관심이 몰리고 있는 가운데 러시앤캐시(승점 23점), 한국전력(승점 17점) 등 하위권 팀들에 얼마나 착실히 승점을 뽑아낼 수 있느냐도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러시앤캐시의 기세가 무섭고 한국전력도 새 외국인 선수 비소토의 가세 이후 경기력이 부쩍 좋아져 막판까지 혼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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