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전지훈련’ 고려대, 호랑이 등에 날개 달았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2.07 07: 14

안 그래도 적수가 없는 호랑이들이 농구의 본고장에서 파워와 테크닉을 업그레이드했다.
고려대 농구부가 3주간의 미국 전지훈련을 마치고 6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고려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머물며 이틀에 한 번 꼴로 현지 팀과 연습경기를 치렀다. 아울러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미국프로농구(NBA) 경기를 관람하고, 라스베이거스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과연 고려대는 미국에서 얼마나 달라졌을까.
OSEN은 5일 LA 잉글우드 웨스트체스터 고교에서 치러진 고려대와 ABA팀의 마지막 연습경기를 현지에서 취재했다. 고려대의 미국전지훈련 성과를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중요한 경기였다. 25세 이상 프로선수들로 구성된 ABA팀은 이미 고려대를 한 번 꺾은 적이 있었다. ‘이번엔 이기겠다’는 고려대 선수들의 눈빛이 빛났다.

이종현과 이승현이 지킨 고려대의 골밑은 프로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이종현은 덩크슛과 블록슛으로 높이의 위력을 과시했다. 문성곤은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기량이 가장 일취월장한 선수. 195cm의 장신이 잡자마자 슈팅을 올라가자 아무리 흑인선수라도 당할 재간이 없었다. 고려대는 25-19로 기선을 잡았다.
문제는 개인기와 파워였다. 한 명의 백인센터와 6명의 흑인선수로 구성된 ABA는 월등한 개인기로 차츰 점수 차를 좁혔다. 특히 고려대가 지역방어를 섰을 때 소나기 3점슛을 퍼부어 경기를 뒤집었다. ‘흑인은 슛이 없다’는 속설도 편견이었다. 고려대 선수들은 위압적인 맨투맨 수비에 막혀 슛 타이밍을 미루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고려대는 83-97로 아쉽게 패했다.
승패를 떠나 배운 것이 많은 경기였다. 미국에서는 웬만한 개인접촉을 파울로 불지 않는다. 처음에 당황하고 당하기만 했던 고려대 선수들도 나중에는 몸으로 반격하는 법을 배웠다. 평범한 레이업슛을 시도하다 블록슛을 당한 선수들은 개인기와 플로터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레이 존슨 ABA팀 코치는 "고려대는 정말 열심히 뛰고 박스아웃을 잘했다. 동양인이라는 육체적 한계는 보지 못했다. 다만 미국선수들은 임기응변이 좋고 창의성이 있다. 고려대도 그 점을 배우면 좋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전지훈련에서 고려대는 졸업한 가드 박재현(23, 삼성)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우는 성과를 거뒀다. 2학년이 된 최성모(20)와 신입생 김낙현(19)이 많이 적응한 모습이었다. 이민형 감독은 “전지훈련을 부상선수 없이 무사히 잘 마쳤다. 항상 우리가 염려했던 것은 박재현의 공백이었다. 최성모나 김낙현이 제일 많이 늘었다. 재발견을 했다. 기존 포스트들은 좋으니 가드진만 올라오면 가용인원도 셋으로 늘릴 수 있어 괜찮다”고 평가했다.
기량이 일취월장한 슈터 문성곤에 대해서는 “문성곤이 안정적으로 변했다. 에러를 줄이고 슛 성공률은 높아졌다. 국가대표에 갔다 오고 경기운영에 자신감이 붙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문성곤은 “최근에 몸무게가 6~7kg 가량 늘었다. 흑인선수들과 부딪쳐도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더라”면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국내대학수준에서 문성곤을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고려대의 가장 큰 적수는 바로 자신이다. 지난해 고려대는 MBC배, 프로아마 최강전, 연세대와의 정기전, 대학리그 등 출전한 대회마다 모두 나가서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는 지난해 거둔 퍼펙트 성적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민형 감독은 “올 시즌도 작년과 똑같이 생각한다. 큰 목표를 두기보다 하나하나 가다보면 작년처럼 되지 않을까하는 욕심이 생긴다.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는 것이 목표”라며 올 시즌을 예상했다.
과연 올해 호랑이의 독주를 저지하는 팀이 나올 수 있을까. 벌써부터 오는 19일 수원체육관에서 개막하는 MBC배 전국대학농구대회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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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미국)=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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