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亞투수 트리오, 4년뒤가 진짜 승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2.07 06: 44

메이저리그(MLB)에 아시아 투수 광풍이 불고 있다. 다르빗슈 유(28, 텍사스), 류현진(27, LA 다저스)이 한 해 차이로 MLB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킨 것에 이어 다나카 마사히로(26, 뉴욕 양키스)가 그 바람을 부채질할 기세다. 자연히 세 선수가 비교대상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진정한 자존심 싸움은 4년 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올해 MLB 오프시즌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다나카의 미국 진출이었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입찰경쟁)을 거쳐 MLB 진출을 타진한 다나카는 선발 요원들이 필요한 여러 팀들의 뜨거운 구애를 받으며 시작부터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마지막도 극적이었다. 뉴욕 양키스가 7년간 1억5500만 달러라는 초대형금액을 제시하며 다나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역대 MLB 투수 계약 중 5위에 해당되는 기록이었다.
다나카의 계약은 시장 상황이 반영되어 더 폭등한 감이 있다.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 등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급 선발 투수들이 차례로 소속팀과의 재계약을 맺으며 에이스 기근이 심해진 터였다. 여기에 이번 FA시장에는 다나카에 맞설 만한 투수 자원도 없었다.

자연스레 앞서 미국에 진출했던 다르빗슈와 류현진의 계약이 ‘헐값’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다르빗슈는 2012년 텍사스로 진출할 당시 6년 총액 56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당시는 미·일 포스팅시스템이 개정되기 전이라 자연히 독점 협상권을 따내기 위해 포스팅 금액에 더 많은 투자가 불가피했다. 결국 다르빗슈의 연봉도 일정 부분 손해를 본 감이 있다. 이는 포스팅 금액 상한선이 2000만 달러로 묶여 있었던 다나카의 상황과 비교됐다. 어쨌든 총액은 1억770만 달러 상당의 계약이었다.
류현진도 마찬가지였다. 한국프로야구에서 MLB로 직행한 첫 사례가 된 류현진의 연봉은 6년간 3600만 달러, 포스팅 금액을 합치면 약 6170만 달러 가량이었다. 역시 다나카의 계약과 비교하면 저평가된 감을 지울 수 없다. 이는 상대적으로 MLB 시선에서 검증이 덜 된 한국프로야구의 상황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세 선수의 연봉 차이는 MLB 진출 당시의 상황, 그리고 몸담고 있었던 전 소속 리그의 차이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세 선수는 이제 모두 MLB라는 한 바구니 속에서 경쟁한다. 뛰는 무대가 같아졌고 비교 잣대 또한 같아졌다. 여기에 아직 20대 중·후반의 나이들이다. 한 번 더 대형 계약을 따낼 수 있는 충분한 젊음과 기량을 갖추고 있다.
공교롭게도 세 선수는 4년 뒤 나란히 FA 자격을 취득할 가능성이 있다. 다나카는 이번 계약 당시 4년 뒤 옵트아웃 조항을 삽입했다. 잔여연봉을 포기하고 다시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다나카가 4년 동안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몸값 상승을 위해 고려할 만한 옵션이다.
류현진도 5년간 750이닝을 소화하면 마지막 6년차 때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지난해에만 192이닝을 던져 특별한 부상이 없다면 무난히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다르빗슈는 사이영상 투표 결과에 따라 6년차 옵트아웃이 있다. 지난해 사이영상 2위를 달성했는데 계약에 의하면 이제 앞으로 3년 동안 사이영상을 따내거나 4위 이내 시즌을 두 차례 더 만들어내면 2017년을 앞두고 옵트아웃이 가능하다.
다만 다르빗슈의 경우 사이영상 투표라는 조항의 난이도가 만만치 않아 계약을 모두 마치고 FA 자격을 취득할 가능성도 적잖다. 세 선수의 2018년 동반 FA 취득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 때는 소속리그와 시장 상황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가치를 동일한 기준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 두 일본인 투수의 자존심 대결은 물론 류현진도 거액 계약을 따내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레이스가 될 전망이다. 이제 남은 기간 중 자신의 가치를 잘 포장하는 일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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