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감독 봤나요. 직접 세탁에 줄맞춰 정돈까지.
대개 야구 감독들은 자신의 유니폼이나 사복 등 세탁물이 나오면 숙소인 호텔의 세탁실에 맡기곤 한다. 선수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넥센 히어로즈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의 숙소의 130호실은 예외이다. 이 방의 주인공인 염경엽 감독은 평소 성격대로 자신의 세탁물, 특히 사복은 직접 손빨래를 해서 건조까지 한다.

기자가 방문한 6일(한국시간) 저녁 염 감독의 방에는 평소의 그 깔끔한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면이 눈에 확 들어왔다. 염 감독은 직접 손빨래한 남방셔츠를 색깔별로 5벌을 한쪽 벽면에 가지런하게 줄세워 걸어놓고 있었다. 게다가 셔츠들은 하나같이 단추가 맨 위까지 채워진 상태로 깔끔하게 정렬돼 있었다.
셔츠 뿐만 아니라 다른 물건들도 정리정돈돼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하다못해 라이터도 ‘각’이 잡혀 한 구석에 놓여져 있을 정도였다.
“아니 감독이 무슨 빨래를 하고 저렇게 건조까지 하느냐”는 물음에 염 감독은 “내성격이 못돼서 그렇다. 믈건 등이 흐트러져 있는 모습은 정말 보기 싫고 그냥 놔두지를 못한다. 어떤 때에는 정리정돈에 빠진 내가 싫을 정도”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어떻게 보면 강박 관념으로 보일 정도이나 음주를 안하고 혼자 생각이 많은 염 감독의 성격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렇다면 염 감독은 스트레스를 무엇으로 풀까. 이 질문에 염 감독은 “담배, 음악, 쇼핑”이라면서 “담배는 많이 피우는게 문제이다. 대신 음악은 잠잘 때까지 듣는다. 야구로 쌓인 잡념들과 스트레스를 음악으로 달랜다. 가요, 팝송 등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가족들과 쇼핑을 하며 즐거움을 찾는다. 술을 안먹는 대신 쇼핑으로 그 비용을 대신한다는 생각이다. 가족들도 좋아하고 쇼핑했던 물건을 지인들에게 나눠주면 그들도 좋아 한다”며 웃는다.
승부의 세계에서 치열한 싸움을 매일 펼치는 감독에게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책은 필요하다. 염 감독도 담배, 음악, 쇼핑이 없었다면 야구가 안될 때에는 밤새 야구생각에 빠져서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그나마 스트레스가 가장 적은 스프링 캠프 때에도 염 감독은 야구에 대한 구상으로 입술이 부르터 있었다. 야구는 물론 매사에 철저함과 꼼꼼한 대비를 하는 염 감독임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한다.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 염 감독이지만 남들과는 조금 다른 정리정돈과 음악, 쇼핑이 스트레스 해소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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