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 공식 시작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최근 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누구일까. 여럿이 있겠지만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그 중 하나일 것은 확실하다. 아직 사인에 이르지 못한 고객들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라스는 그다지 급하지 않은 모습이다.
MLB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아직 계약에 이르지 못한 대어급 선수들도 꽤 있다. 먼저 투수 쪽에서는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 전쟁의 유탄을 맞은 우발도 히메네스와 어빈 산타나의 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브론슨 아로요, A.J 버넷, 폴 마홀름, 윤석민 등도 아직은 시장에 남아 있다. 야수 쪽은 거의 대부분 정리가 됐지만 켄드리 모랄레스, 스티븐 드류, 넬슨 크루스라는 랭킹 30위권 내 선수들이 미계약 상태다.
재밌는 것은 이 중 상당수가 스캇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랄레스, 드류, 윤석민,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가 보라스의 고객이며 좌완 불펜 요원인 올리버 페레스도 보라스 코퍼레이션 소속이다. 이미 이번 오프시즌에서 제이코비 엘스버리(뉴욕 양키스, 7년 1억5300만 달러), 추신수(텍사스, 7년 1억3000만 달러)라는 고객들에게 대형 계약을 안긴 보라스는 나머지 선수들의 계약을 위해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 중 보라스는 “제프 베이커, 로드리게스, 페레스, 윤석민은 계약에 임박했다”라고 밝히며 느긋한 자세를 취했다. 이 선수들은 아무래도 드류나 모랄레스보다는 몸집이 작은 선수들이고 실제 베이커는 얼마 전 마이애미와 2년 계약을 맺었다. 윤석민도 볼티모어를 비롯한 복수의 팀들과 협상이 진행 중이다. 결국 드류와 모랄레스가 최대 관건으로 남은 분위기다. 그렇지만 보라스는 전혀 다급한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내야 자원인 드류는 지난해 보스턴에서 123경기에 나가 타율 2할5푼3리, 13홈런, 67타점을 기록하며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한 몫을 거들었다. 드류는 보스턴의 퀄리파잉오퍼(보상FA선수 자격)을 거부하고 시장에 나왔는데 기대와는 달리 아직 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보스턴이 급해진 드류의 사정을 이용해 2년 계약을 제시했지만 보라스는 오히려 “뉴욕 메츠도 분명히 드류에 관심이 있다”라며 보스턴의 뜻에 따라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원 소속팀 시애틀의 퀄리파잉오퍼를 뿌리치고 시장에 나온 모랄레스는 심지어 찬밥 신세가 되어 가는 분위기다. 모랄레스는 지난해 156경기에서 타율 2할7푼7리, 23홈런, 80타점을 기록해 준척급 선수로 평가됐다. 그러나 낮은 활용도 등으로 시장에서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본전도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급해지는 쪽은 선수들이다. 스프링캠프 공식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대한 빨리 행선지를 결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보라스는 이런 상황에 대해 아주 큰 거부감은 없는 에이전트다. 2년 전 프린스 필더(현 텍사스)의 사례가 그랬고 지난해 마이클 본(뉴욕 메츠)도 그랬다. 다만 그 중 본은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계약을 하며 명성에 흠집을 냈다. 보라스 사단 소속 선수들의 마지막이 어떨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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